보병의 단짝, 장갑차
▲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의 K21 장갑차 비사격 전술기동훈련 모습
(사진 출처 : 대한민국 국군 플리커)
남자들은 ‘탱크’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어릴 때에는 탱크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탱크 게임을 즐기거나 프라모델을 만들고 수집하기도 합니다. 흔히 탱크라고 부르는 군사 차량은 전차를 말합니다. 그리고 장갑차가 있습니다. 장갑차는 기본적으로 장갑, 즉 외면에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갑옷을 입힌 차량을 의미합니다. 오늘은 장갑차의 역할과 변천사,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갑차들까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보병의 단짝, 장갑차
장갑차의 제작 목적은 병사들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한 것입니다. 재래식 전쟁에서는 점령지 확보와 같은 근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보병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원거리 공격무기의 발달과 함께 적으로부터 보병을 보호할 필요성에 따라 장갑차가 개발되었습니다.
초기의 장갑차는 수송 역할만 담당했기 때문에 보병들은 장갑차에서 내려 전투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장갑차와 전차가 우수한 전격 능력을 과시하면서 장갑차의 기능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장갑차 탑승한 상태로 전투를 수행하는 ‘탑승 전투’의 전술개념이 이때부터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1967년 소련의 ‘BMP-1’ 등장을 시작으로 각국 군 장갑차들의 배치 목적이 병력수송에서 전투로 확장되었습니다. BMP-1은 장갑의 성능은 약했지만 전차를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강한 화력을 보유한 장갑차였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은 앞다퉈 비슷한 유형의 전투 장갑차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M2/M3 브래들리’, 영국의 '워리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같이 본래 수송 기능에 전투 능력이 더해진 장갑차를 ‘보병전투장갑차’라고 부릅니다. 이제 장갑차는 전차와 대등한 수준의 전투력을 갖추고 세계 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전투용 차량들
▲ 서울 ADEX 2015에서 선보인 우리 육군의 교량 설치 장갑차
장갑차는 다양한 형태를 띠는 현대전 양상에 맞춰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화생방 정찰장갑차’는 화생방 오염 환경에서 측정 및 시료 채취 등의 임무를 겸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수륙양용으로 상륙작전에 활용되는 ‘상륙돌격장갑차’와 단시간에 가교 설치가 가능한 ‘교량 설치 장갑차’도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장갑차들이 각각의 기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F1 경주차 기술을 응용한 전투장갑차도 있습니다. 1984년 개발에 착수해 1994년부터 각 지역에 실전 배치된 궤도형 보병 장갑차 CV90이 그것입니다. 이 장갑차는 뒤에 설명할 한국형 차기 전투장갑차 K21의 개발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V90은 스웨덴 육군을 비롯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 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에도 참여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군 소형 전술차량 역시 장갑차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JLTV(Joint Light Tactical Vehicle: 합동경량전술차량)’라는 미국의 방산 프로젝트입니다. 이것은 미국 육군과 해병대 등이 사용하던 ‘험비’를 대체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록히드 마틴과 AM 제네럴(험비의 제작사), 오스코시 디펜스 등 쟁쟁한 방산업체들이 경쟁을 벌인 결과 지난 8월 오스코시의 JLTV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향후 미군에 5만 5,000대 이상 공급될 JLTV는 바퀴가 파손되어도 주행이 가능하며 수송기나 헬리콥터에서도 실을 수 있게 된다고 하는데요. 오스코시의 존 유리어스 회장은 자신들이 만든 JLTV가 ‘방어력은 경전차 수준, 차체 하부 방어력은 장갑차 수준, 기동성은 랠리카 수준’이라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 ADEX 2015에서 시범 기동 중인 K21 장갑차
우리나라의 대표 장갑차
우리 육군은 6·25 전쟁 당시 사용된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와 M2/M3 반궤도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37mm 기관포가 탑재된 M8 장갑차는 북한의 전차들에 맞서 전장을 누볐습니다. 이 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M113 400대를 인수해 운용하기도 했습니다. M113 이후에는 국산 장갑차 K200이 그 자리를 대체하였습니다. 특히 1984년부터 실전 배치된 K200은 1993년 말레이시아에 111대를 수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갑차 수출이었습니다.
2009년에는 국산 보병전투장갑차 K21이 실전 배치되었습니다. 1999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 의해 개발이 시작된 K21은 분당 300발의 포를 발사하는 40mm 자동포와 대전차유도무기를 갖춘 화력을 자랑합니다. 또한 수상부양능력과 시속 70km에 이르는 기동력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협자동탐지적외선센서, 피아탐지장치와 함께 군 전술네트워크시스템과 연동되는 통신체계를 갖춰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에서 발빠른 대응이 가능합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K21은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우리 군의 차세대 주력 장갑차로 부상했습니다.
▲ 서울 ADEX 2015에서 공개된 현대로템의 신형 차륜형 장갑차
지난 10월에 열린 2015 서울 ADEX 2015에서는 ‘신형 차륜형 장갑차’도 공개되었습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이 장갑차는 시속 100km로 주행이 가능하며 8개의 바퀴로 구동합니다. 수륙양용을 겸한 이 장갑차는 2017년부터 전력화되어 600여 대 이상 생산될 예정입니다.
▲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라쿠다(Barracuda) 장갑차
(사진 출처 : 대한민국 국군 플리커)
지금까지 장갑차의 변천사와 우리나라 대표 장갑차들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장갑차는 오랫동안 전장에서 보병의 든든한 은폐·엄폐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지상군 병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국군에게는 더욱 중요한 장갑차, 그야말로 영원한 보병의 단짝이라 하겠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