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을 항행하는 무적의 함정, 잠수함
잠수함은 수중 항행이 가능한 군함을 뜻합니다. 어뢰와 미사일을 주력 병기로 삼고 있으며 수중으로 항해하기 때문에 탐지하기 어려워 전략적 공격무기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서 활동한 거의 모든 잠수함은 잠항해서 표적을 공격하는 가잠함(可潛艦)이었으나, 제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원양 작전용의 수중고속잠수함이나 스노클이 보급되고, 원자력이 잠수함에 도입되면서 잠수함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오늘은 각국의 해군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잠수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잠수함의 역사를 만든, 최초의 잠수함들
잠수함 발전을 동력의 추진 방식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776년 미국의 데이비드 부시넬이 제작한 달걀형의 잠수정 ‘터틀’은 인간이 직접 추진력을 발생시켜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수동식 잠수정이었습니다. 인력이 아닌 기계식 추진의 잠수함이 만들어진 것은 1863년 프랑스에서 해군 잠수함 ‘플론져’가 건조되면서 부터입니다. ‘플론져’는 압축공기를 이용하여 기계적인 장치를 사용해 간단한 추진력을 얻었습니다.
▲데이비드 부시넬이 제작한 세계 최초의 잠수정 터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후 1885년 스웨덴의 노르덴펠트가 제작한 ‘노르덴펠트-III’ 또는 ‘Abdülhamid(압둘하미드)’ 라고 불리는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수중에서 어뢰를 발사합니다. 또 아일랜드의 발명가 존 필립 홀랜드가 설계한 ‘홀랜드 타입 4’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수상에서는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고, 수중에서는 배터리로 추진을 하는 이중 엔진구조로 1897년 5월 17일에 진수에 성공합니다. ‘홀랜드 타입 4’ 잠수함은 1900년 4월 11일 미군 해군이 구매하여 ‘홀랜드함’으로 불리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SSN-571 노틸러스’의 모습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잠수함을 움직이는 추진방식은 더욱 발전해,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SSN-571 노틸러스’가 진수됩니다. 이 잠수함의 이름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의 ‘노틸러스호’에서 따온 것입니다. 곧 이어 1995년 2월 2일에 세계 최초의 AIP 추진 디젤 잠수함인 ‘고틀란드호’도 스웨덴의 대표적인 조선소였던 코콤사에서 만들어집니다.
‘임무’에 따라 구분되는 군용 잠수함의 종류
어떤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각국의 해군력은 물론 군사력까지 좌우됩니다. 그렇다면 군용 잠수함은 어떻게 구분되고 있을까요? 군용 잠수함은 크게 사용되는 ‘임무’와 움직이는 ‘추진 동력’에 따라 분류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해군의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N)인 ‘트리옹팡급 잠수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우선 ‘임무’에 따라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 ‘순항 미사일 원자력 잠수함’으로 구분됩니다.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은 SSBN이라는 약호로 나타내며, 사정거리가 수천에서 1만 킬로미터 수준으로, 잠수함 가운데 가장 대형입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전략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N)’의 전략적 가치는 그 특성상 해양에서 자유 이동이 가능하고 감시하기가 어려워 다른 핵무기 수단을 사용할 수 없을 때에도 활동이 가능하단 점입니다.
▲미국 해군의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SSN)인 ‘버지니아급 잠수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은 SSN이라는 약호로 나타내며, 어뢰나 잠대잠 미사일 등 재래식무기 및 전술 핵으로 무장한 원자력 동력 잠수함입니다. 지상이나 해상에서 해양 감시수단으로 감시가 불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N)’을 이와 같은 수중 항주능력을 지닌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SSN)’이 직접 수중에서 수색하고 격멸할 수 있다는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순항 미사일 원자력 잠수함’은 SSGN이라는 약자로 나타내며, 순항 미사일 운용을 위해 만든 공격용 핵잠수함입니다. 적의 해역으로 은밀하게 숨어들어가 기지나 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진 동력‘에 따라 구분되는 군용 잠수함의 종류
군용 잠수함을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은 ‘추진 동력’입니다. 추진 동력에 따라서는 ‘재래식 잠수함’과 ‘원자력 동력 잠수함’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란 해군에게 보급된 러시아의 재래식 디젤 전기 추진식 잠수함인 ‘킬로급 잠수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기관을 추진 동력으로 쓰는 잠수함입니다. 수중 항해 시간이 원자력 잠수함에 비해 매우 짧고, 전기 충전을 위하여 디젤기관을 돌리면 수면에 노출돼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공기 불요 추진(AIP)'이라는 시스템이 개발돼 재래식 잠수함에 실용화되고 있습니다.
▲원자력 동력 잠수함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규모인 ‘타이푼급 잠수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원자력 동력 잠수함’은 말 그대로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잠수함입니다. 디젤기관으로 움직이는 재래식 잠수함이 수 시간이나 수 일정도만 수중 항해가 가능한 것에 비해, 수개월씩 수중 항해가 가능합니다. 원자력 추진 장치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잠수함은 위에서 언급했듯 1954년 첫 항해를 나섰던 미국의 ‘SSN-571 노틸러스’입니다.
현재 원자력 추진 기술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함체가 매우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건조된 가장 큰 원자력 동력 잠수함은 구소련이 제작한 것으로 배수량이 무려 26,500톤에 700미터까지 잠수가 가능한 ‘타이푼급 잠수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대한민국 해군(예하 해병대 포함)이 보유한 잠수함은 현재 13척으로 ‘장보고급 잠수함’과 ‘손원일급 잠수함’이 있습니다.
▲림팩 2004 훈련에 참가중인 SS-61 장보고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장보고급 잠수함’은 독일의 209급 디젤 잠수함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1993년부터 도입되었습니다. 독일 연방군 해군의 설계에 기초한 209급 디젤 잠수함은 1960년대 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출용 잠수함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기까지 많은 나라의 해군이 그들이 보유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잠수함을 교체하려고 했고 1969년 아르헨티나, 1970년 페루와 콜롬비아, 1971년 터키, 1972년 베네수엘라, 1974년 에콰도르에 보급됐습니다.
한국 해군용 209급 잠수함(1200톤급)은 현재 ‘장보고함’, ‘이천함’, ‘최무선함’, ‘박위함’, ‘이종무함’, ‘정운함’, ‘이순신함’, ‘나대용함’, ‘이억기함’으로 총 9척이 운용 중입니다.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SSK-072 손원일함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손원일급 잠수함’으로 불리는 214급 잠수함은 독일의 선반 건조 기업인 HDW(호발츠베르케-도이체 베르프트)에서 209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한 212급 잠수함 개발로 얻은 신기술을 적용하여 만든 신형 디젤 잠수함입니다. 그리스가 최초로 3척을 주문했고, 그 다음으로 대한민국이 3척을 주문했습니다.
한국 해군용 214급 잠수함(1800톤급)은 현재 ‘손원일함’, ‘정지함’, ‘안중근함’, ‘김좌진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진수식을 거친 ‘윤봉길함’과 ‘유관순함’이 올해 취역식을 거쳐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2015년 5월 7일 해군 최초 여성 함명 잠수함, 유관순함 진수식
(사진 출처: 국방 일보)
중국이 보유한 잠수함은 약 70척, 북한은 약 60척, 일본은 약 30척인 것에 비해 한국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아직 13척에 불과합니다. 동북아의 복잡한 영토분쟁과 군사력 확장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대형 잠수함을 더 확보해 전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수심이 깊은 동해는 잠수함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각국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이미 은밀하게 동북아의 잠수함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해역을 우리 잠수함들이 부여된 이름만큼이나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