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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인간 가족 - 7 話] 군에 간 남친에게 매일 러브 레터 쓰는 ‘곰신’ -1-

[군과 인간 가족 - 7 話]

군에 간 남친에게 매일 러브 레터 쓰는 ‘곰신’ -1-



국방부 블로그 울프 독 코너에 연재중인 ‘군과 인간 가족’ 시리즈에 포스팅 할 소재를 찾아서 6사단의 7연대의 ‘청성 초산’ 카페에 들렀다가 특색 있는 회원을 한 명 발견하였다.


군 카페에 출입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장병들의 ‘바라기’님들로서 그 아이디는 장병과의 혈연관계를 표시하는 태훈맘, 성준아빠, 정훈이모등의 형식이다. 작년 3월에 곽찬우여친이라는 아이디의 ‘곰신’이 나타났다. 곽찬우의 여자 친구라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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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용어로 여자 친구를 곰신, 부모님들을 바라기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 곰신은 남친이 군복무중 마음을 바꾸어 떠나버린 것을 빗대어 고무신 바꿔 신었다는 말에서 유래하였고 바라기는 아들을 해바라기처럼, 별같이 또는 달같이 바라 본다해서 ‘바라기’라고 한다는데 우리 사전에 신조어로 수록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정감있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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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 회원을 보고 남친이 6사단 신병 교육대에서 교육을 받고 7연대에 배치 받았나 보다 했다. 다른 부대 카페에도 ‘여친’으로 등록한 회원 아이디들을 가끔 보아왔었다. 나이든 바라기들만 있는 카페에 곰신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밝아지기 때문에 곰신 회원들은 부모님들 회원들의 귀여움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보통 ,즉 여친 회원들의 카페 활동은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곽찬우여친은 조금 달랐다. 아주 적극적이었다. 마치 오빠 운동회 날, 운동장을 둘러싸고 가족들이 구경하고 있을 때 

나도 구경하겠다고 키 큰 아버지나 어머니 사이에 머리를 비집어 내밀어 운동회에서 뛰는 오빠를 열심히 응원하는 어린 동생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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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중대 행보관 김경만 상사와 곽찬우 상병]


곽찬우여친이 댓글로 남긴 내용들을 보면 다양하고 독특하고 발랄하다. 남친 찬우에 대한 그리움. 근무에 대한 걱정, 자기 근황, 찬우 전역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심정 ,그리고 찬우가 무슨 고통이나 병을 앓고 있으면 즉각 걱정하는 글들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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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수련하고 자대에 배치 받았을 때의 곽찬우 이병[우측]]


돈이 조금 모아지면 찬우에게 피로 회복용 분말 포카리 스웨트나 물병을 사서 보내주었다는 소식도 알린다. 주머니 사정이 얇은 젊은 학생이다보니 보내는 선물들도 소박한 것들이었다. 찬우가 휴가를 나오면 사진도 몇 장 남긴다. 부대 공중 전화기가 고장 나면 이것 고쳐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대에 따지듯이 건의하기도 하였다.

[이 항의에 놀란 조규진 연대 주임원사가 실제로 조처해주기도 했었다.]


곽찬우여친이 남긴 여러 댓글 중에서도 너무 그립다던가 휴가가 기다려진다던가 하는, 때로는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애처롭기도 한 글들을 보다가 배꼽잡고 웃은 일도 있었다. 찬우의 예정된 휴가가 메르스 사태로 갑자기 연기되니까  메르스에 화를 내는 댓글이었다,


댓글 빼고 별로 읽을 것도 없는 군 카페에 방문자들은 의외로 많다. 군에 간 자식이나 연인이 그리워서 찾아와 서성거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 이 점에 대해서 다시 글을 쓰겠다.]


중국군의 한 사례를 보자.

아주 드물지만 극단적인 극성 엄마들이 있다. 극성 엄마들은 한 아들만 낳게 하는 중국의 출산 정책으로 태어난 외아들을 애지중지하며 목숨처럼 기른다. 이렇게 부모의 넘치는 정성을 받고 자란 중국의 외아들들은 거칠 것 없은 자기 위주의 도련님이 되어 버리는 수가 많다. 중국 사회에서 이렇게 해서 폭군이 된 도련님들을 소황제(小皇帝) 라고 부른다. 소황제가 군에 가게 되면 가끔 극성 어머니는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와 아들을 불러내서 먹이고 입히고 닦아준다. 


그리곤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중대장 [營長]과의 면담을 요청해서 여러가지의 귀찮고 무리한 부탁을 한다. 중국군 지휘관은 매사 자기 멋대로인 소황제(小皇帝)의 훈련에 애를 먹는데 어머니까지 찾아 와서 치맛바람을 일으키니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중국군의 내무 생활은 국군과 비교도 안 되게 편하다. 그런데도 중국 소황제들의 부모님들은 아들 걱정으로 잠을 못 자는 모양이다.]


물론 교육 정도가 높고 군기가 강한 우리나라 군대에서 이 정도까지 과잉하는 극성 부모님들은 없다.그러나 한국 어머니나 연인들의 그리움은 그 중국의 극성 엄마들과 마찬가지일테니 군 카페가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의 힐링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곽찬우 여친 댓글을 구경하는 재미로 이 카페를 드나들다가 어느 날 자기가 찬우에게 매일 러브레터를 쓰는데 매일 편지를 보내기에는 우표 값이 너무 부담이 되어서 매일 쓴 러브레터를 두 어 주씩 모아두었다가 선물 보낼 때 같이 포장해서 보낸다고 한다는 댓글을 남긴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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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찬우 여친이 정말 매일 편지쓰냐는 확인 문자에 즉각 카페에 올린 편지들]



찬우는 보내주는 레브레터를 보관하다가 틈날 때 마다 한 장씩 꺼내 보며 기운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지금 곰신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꽃신을 신어보겠다고 선언하는 글도 남긴 것을 보았다. 나는 이 댓글에 크게 감동했다.


요새는 인스턴트 러브의 시대라던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구름이 모여지고 흩어지는 자연 현상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지만 남녀의 정이라는 것은 그렇게만 단순 비유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나도 간부로 군 생활 때 평생을 같이 하기로 하고 굳게 언약하고 결혼 시기도 대충 잡아 놓았던 한 소대원의 곰신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서울로 이사를 가버렸다는 소식에 거의 미쳐버려서 한 동안 그 후유증을 전 소대가 같이 앓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 후에도 나의 주변에서 남자가 해외근무, 유학, 군복무로 오랜 이별이 계속되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친을 자주 보아왔던 나에게 군에 간 남친을 서포트하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여친을 이렇게 만나기 되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랑이 모두 인스턴트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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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으로 면회 와서 찍은 두 사람의 사진]


이의 국방부 블로그에 '매일 편지를 쓰면서 군에 간 남친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곰신'의 이 기막힌 러브 스토리를 한번 소개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내가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그가 속한 7연대 지원중대의 행보관은 사람 좋은 김경만 상사로서 나와 아는 사이였다. 나는 곽찬우가 어떤 부하냐고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괜찮은 녀석입니다. 항상 해맑게 웃으면서 부대 분위기도 밝게 만들어줘요. ”

여친이 오매불망하는 열녀형 곰신인데 남친은 군대의 사고뭉치라면 글의 소재로서 다루기에 좀 거시기하다고 생각 되었는데 남친이 괜찮은 장병이라니 소개하는 글을 써 봐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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