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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속의 작은 외교관, 어학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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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속의 작은 외교관, 어학병



세계 주요 인사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 이어폰을 귀에 끼고 실시간 통역을 하는 전문 통역사들의 모습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국군에도 이 같은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학병’인데요. 어학병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상황 대처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국군이 세계로 나아가는 작은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학병의 지원 자격과 절차, 업무 등 이모저모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학병, 뛰어난 외국어 실력은 필수


어학병은 군대에서 전시 혹은 평시에 어학 능력이 요구되는 직위에 보직돼 필요시 활용되는 병사입니다. 주로 외국어 통역, 번역 및 외국어를 수반한 행정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세간에는 통역병이라는 옛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국군에서는 ‘어학병’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2014년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에서 어학병, 전산병으로 활약한 병사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병우 상병, 임인호 상병, 우민식 상병, 김동교 병장(당시 계급) / (사진 출처: 국방 일보)


어학병이 되기 위해선 당연히 수준 높은 어학 능력이 필수겠죠? 육군 어학병에 지원하려면, 영어의 경우 토익 900점, 텝스 870점, 토플 PBT 600점/IBT 100점 등 2년 이내 정기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어는 新HSK 6급, 일본어는 JLPT N1 150점, JPT 935점 이상의 성적이 필요합니다. 그밖에 러시아어, 아랍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도 해당 언어 국가에서 일정 기간 이상의 유학·거주 경험, 전공 등의 자격 요건이 있습니다. 


공군 영어어학병 역시 토익 900점, TEPS 766점, 토플 PBT 617/IBT 105점 이상의 점수 또는 영어국가권 대학(원) 졸업자라는 자격 요건이 필요합니다. 한편 해군의 경우는 별도로 어학병 선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대신 입대 후 어학 능력을 감안해 필요 자원으로 배치합니다.  



어학병이 되는 절차는?


이런 자격을 갖추고 어학병에 지원하더라도 일정한 전형을 거쳐야 어학병으로 복무할 수 있습니다. 육군은 언어별로 모집 인원의 2~3배수를 전산 무작위 추첨한 후 어학 능력 평가를 치릅니다. 주로 번역과 통역, 인터뷰 등의 과목을 평가하며 그 결과 분야별 점수를 종합해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 선발됩니다. 



▲어학병 특기를 받기 위해 어학실에서 듣기 능력 검사를 받고 있는 훈련병 

(사진 출처: 국방 일보)


시험을 잘 보려면 외국어뿐만 아니라 국어와 군사 용어에 대한 소양도 충분해야 합니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해도 우리말을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통번역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마찬가지 이유로 생소한 군사 용어, 국제 정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중요합니다. 평소 신문이나 책을 통해 군사 및 외교에 대한 상식을 많이 쌓아두는 것이 좋겠죠?


한편 공군 영어어학병 역시 지원자를 대상으로 모집 계획 3배수를 선발한 후 작문(국어→영어), 독해(영어 → 국어), 통역 과목을 평가하는 특별 전형을 치릅니다. 



어학병의 생활은 어떨까?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필립 브라이디 ISAF 동부사령부 부사령관을 인터뷰하고 있는 우민식 상병(당시 계급)의 모습 / (사진 출처: 국방부)


어학병은 한미연합군사령부, 국방부, 정보사령부 등 외국 군대와 교류가 많은 국직 부대 그리고 일선 예하 부대 곳곳에서 통번역 및 행정 업무를 담당합니다. 어학병은 이중에서 통역을 하는 일에 가장 큰 긴장과 압박을 겪곤 합니다. 키리졸브나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외국군이 참석하는 연합 훈련 및 회의가 열리면 통역을 맡게 되는데, 대부분 군사외교적 중요성이 큰 사안이라 작은 실수도 허용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섬세한 뉘앙스나 말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역할 가능성이 있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2004년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8.23∼9.3)에서 번역 요원으로 투입돼 원활한 육군 병사 훈련에 기여한 공로로 미군 측 지휘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아 화제가 된 육군35사단 독수리부대 군산대대 박영빈 이병(당시 계급) / (사진 출처: 국방일보)  



번역 업무도 만만찮습니다. 대개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 작업을 잘 수행하려면 모국어 실력 또한 대단히 뛰어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국 유학생 출신 어학병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어 실력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외국의 지식과 정보를 국군에 전달해 준다는 보람은 큽니다. 지난해 말 공군군수사령부 항공자원관리단은 어학병 13명이 4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정비사 영문 기술도서(TO: Technical Order) 독해 능력 향상 교재인 ‘T.O. 해석 기법’을 발간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군 장병들은 방대한 분량에 전문 용어가 많아 독해하기 어려웠던 기술 도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학병들이 흘린 땀이 고스란히 장병들을 위한 ‘소통의 창’이 된 셈입니다. 



어학병의 장점 


어학병은 힘들고 어려운 군 생활을 하는 만큼 배울 점도 많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어학 능력 향상입니다. 해당 국가 언어에 대해 일상 생활에서 쓰는 용어뿐만 아니라 전문적이고 공식적인 용어까지 수준 높게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통역, 번역 능력까지 기를 수 있어 전역 후 국제 및 무역 업계에 진출할 때 큰 자산이 됩니다. 



▲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 시, 외국인 여행자를 안내하고 있는 어학병 

(사진 출처: 국방 일보)


또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중요한 인물, 업무에 관여하면서 넓은 세계를 보는 시야, 문제 해결 능력, 협상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보람된 군 생활과 자기 계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어학병에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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