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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하시지 말입니다!” 군대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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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하시지 말입니다!”

군대와 커피


 * 제목으로 쓴 '~ 말입니다.' 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로 이제는 군에서 사용이 금지된 말이나, 요즘 인기가 많아 '재미로!' '일시적으로!' 사용해본 말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 경계근무를 마친 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병들

(출처 : 대한민국 육군 공식 블로그)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추운 겨울 훈련이나 경계 근무를 마치고 마시던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 때의 커피는 꽁꽁 언 손과 마음까지 녹여주기 때문에 정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커피와 군대의 인연은 꽤 깊습니다. 오늘은 원두·인스턴트 커피의 유래, 군대 속 커피 발전사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커피의 혁신을 이루다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커피 전문점들 때문에 다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나봅니다. 우리나라 인스턴트 커피의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지난 2013년 국내 한 유제품 생산기업은 2,000억원을 들여 인스턴트 커피믹스 공장을 새로 지었습니다. 이전까지 유럽에서 수입하던 물량이 국내 수요에 비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생겨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스턴트 커피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은 모양입니다.


▲ 인스턴트 커피 (출처 :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인스턴트 커피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인스턴트 커피는 1901년 일본인 과학자 ‘가토 사토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는 녹차의 인스턴트 식품화를 연구하다 우연히 인스턴트 커피를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발명가는 벨기에 출신 화학자 ‘조지 워싱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후 1938년이 되어서야 인스턴트 커피는 대량 생산이 이뤄졌습니다. 커피의 과잉 공급을 우려한 브라질 정부의 요청으로 다국적기업 '네슬레(Nestle)'가 인스턴트 커피를 대량 생산, 세계 각국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에 등장한 인스턴트 커피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물에 녹는 커피’라는 뜻의 ‘솔루블 커피(Soluble Coffee)’라 불렸습니다. 오늘날 솔루블 커피는 일회용으로 포장된 인스턴트 커피와 구분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군대 속 커피 발전사, 아메리카노와 인스턴트 커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가 무엇일까요? 단연 ‘아메리카노’가 첫 손에 꼽힐 것입니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탄생 역시 군대와 연관이 깊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 진군한 미군 병사들이 진한 에스프레소에 끓는 물을 섞어 연하게 마신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병사 한 명이 소비한 커피량은 연간 15kg에 달했습니다. 


▲ 미 남북전쟁 당시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북군의 병사들 (출처 : 국방일보)


이토록 남다른 미군의 커피 사랑은 1861년 남북전쟁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북군 지도부는 병사들의 음주사고를 우려해 럼주 대신 커피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북군 병사들은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되었습니다. 물을 끓일 시간이 없을 때 병사들은 커피 원두를 씹으며 행군을 할 정도로 커피 마니아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인스턴트 커피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러 조리도구가 필요한 원두커피와 달리 물에 녹이기만 하면 바로 마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전 장병들의 수요가 커지자 네슬레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인스턴트 커피를 군에 대량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인스턴트 커피와 군대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20015년 허리케인 리타의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미국 주방위군이 배포한 미 전투식량. 

오른쪽 끝 위에서 세 번째 빨간색 봉지가 인스턴트 커피.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나라의 원두커피는 구한 말 선교사와 상인들을 통해 처음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96년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한 고종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1945년 해방 이후 6·25전쟁을 거치며 미군에 의해 본격적으로 전파되었습니다. 당시 미군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눠 준 전투식량 속에 인스턴트 커피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 동서식품은 미국 제너럴푸드(현 크래프트)와 기술제휴를 맺고 세계 최초의 일회용 인스턴트 커피 ‘맥스웰하우스’를 출시했습니다. 네슬레 역시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내놓았습니다. 1990년 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두 회사의 인스턴트 커피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2010년 대 들어 남양유업까지 가세한 이 경쟁은 ‘카누(동서식품)’, ‘루카(남양유업)’ 등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 경쟁을 거치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병영 속 카페 문화


우리 삶 속에 하나의 ‘트렌드’로서 자리매김한 커피 문화는 군 병영에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각 군 예하 부대에는 북카페들이 속속 개장되고 있습니다. 장병들의 자기계발과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고자 군에서는 오래 전부터 책 읽기를 권장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신세대 장병들의 취향을 고려, 독서를 하며 커피까지 즐길 수 있는 북카페 형식으로 개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 육군 제11사단에 문을 연 북카페 ‘화랑인의 서재’ (출처 : 국방일보)


육군 제11사단은 지난 해 4월, 북카페 ‘화랑인의 서재’를 오픈했습니다. 간부식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독서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북카페로 만든 것입니다. 화랑인의 서재는 1만 여 권의 신간·인기도서는 물론 캡슐커피 머신까지 갖춰 명실공히 부대원들의 안락한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육군 제60사단에도 ‘권율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북카페가 있습니다. 60사단은 지난 2014년 경기도 고양시와 협약을 맺고 이곳을 오픈했습니다. 40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이 도서관은 편안한 인테리어와 더불어 별도의 세미나실까지 갖춰 여느 북카페가 부럽지 않다고 합니다.


▲ 육군 제15사단의 명물이 된 ‘명월 백운갤러리’ 카페 (출처 : 국방일보)


최근에는 갤러리카페까지 등장했습니다. 육군 제15사단에는 커피는 물론 와인까지 즐길 수 있는 갤러리카페가 지난 해 말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 백운갤러리와 협약을 맺고 오픈한 ‘명월 백운갤러리’는 장병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현재 전시된 약 35점의 작품들은 6개월 단위로 새 작품들과 교체 전시될 예정입니다.

부대 내 커피 동아리도 생겨났습니다. 육군 제2사단 예하 독수리연대 금성대대 ‘행복카페’가 그 주인공입니다. 바리스타 경력 4년의 임정환 상병을 주축으로 10여 명의 장병들이 커피 동아리와 부대 내 카페를 개설한 것입니다. 이들은 개인 정비 시간을 활용해 커피 판매와 바리스타 교육에 나서 장병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두·인스턴트 커피의 역사, 그리고 군대와 커피의 오랜 인연을 살펴보았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커피 한 잔이지만, 역사 속에서 커피는 군의 사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군 장병들의 작지만 따뜻한 위안, 지금 커피 한 잔 하시지 말입니다!!(x) → 지금 커피 한 잔 하시죠!!(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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