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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T 첫날 연대장 박살 낸 진돗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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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인간가족 -8

RCT 첫날 연대장 박살 낸 진돗개 -2-


"아이쿠-!"

미친 듯이 물고 늘어지는 진돗개를 겨우 떼어낸 후에 보니 팔뚝이 피투성이였다. 잘못하면 출근은커녕 광견병을 걱정해야 할 듯했다. 고연대장은 급히 차를 몰고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달렸다. 겨우 의사를 만나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의사는 그에게 난감한 치료를 했다."상처가 깊습니다. 팔걸이를 해야 제대로 치료가 됩니다."


연대 압록강 진격 63 주년 행사날 장병 부모님들과 한 컷


야외로 RCT 출동을 해야 하는데 근무에 지장도 있을 것이고 부하들에게도 민망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지만 의사의 완강한 치료 주장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팔걸이를 하고 RCT에 출동한 사연이 되었다.

 

근무 중에 간부들이 곁눈으로 보니 고연대장은 가끔 팔뚝을 만지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훈련 도중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 틈을 이용해서 병원에 다녀오곤 했다.

 


지들도 새끼 키우는 놈들이.... 못 돼먹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연대 장병들도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연대장에게 동정심과 함께 안됐다는 감정을 품었고 연대장 관사의 진돗개는 괴물개의 이미지로 변해서 한참이나 장병들의 화제가 되었다.

"개 이빨이 얼마나 길면 연대장님을 저렇게 병신을 만들어 놓냐?"

"! 연대장 관사 근처에 갈 때면 몽둥이 들고 가자!"

라는 말들이 오고 가면서 RCT 훈련 중간중간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연대장이 상이용사로 지휘했지만 RCT는 잘 진행되었고 훈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침에 연대 CP에서 간부 회의가 끝나고 고연대장이 훈련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잘 마감하자고 독려하였다. 그리고 전투 구호를 제창하자고 제안했다. 그와 간부들은 "이기자 !"를 세 번 외쳤다.

 

훈련 마감 때는 부대로 빨리 귀대해서 쉬고 싶은 부대원들의 해이한 마음에 사고도 자주 나고 분실 사고도 자주 나는 것을 잘 아는 노련한 지휘관의 감각이 장병들에게 정신을 가다듬자는 뜻에서 그렇게 했으리라.

 

그러나 고 연대장의 이런 정신 집중의 구호는 다른 오해를 가져왔다. 간부들은 뒤에서 낄낄대고 웃었다.

"집에 갈 때가 되니 연대장님이 떨고 있구나!"

그 무서운 진돗개를 이기자고 정신통일의 자기최면식 기합을 넣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라면 이 이야기는 한 부대 고위 지휘관이자 애견가가 기르던 개에게 봉변당했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내가 놀랐던 것은 고연대장이 그 후에도 이 괘씸한 진돗개를 응징하지 않고 계속 변함없이 사랑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노려보는 진돗개


나는 동물에 대해서 조금 아는 편이고 한때 인기 동물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개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보통 사람보다는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나는 주인을 그렇게 박살낸 집개라면 처분하는 것이 당연하고 안전한 수순이라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살짝 무는 정도야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주인이 새벽부터 응급실에 달려가서 치료를 하고 팔걸이까지 할 정도의 중상을 입힌 개라면 또 무슨 사고를 낼지도 모르니 미리 예방 하는 것이 정확한 해답인 것이다.

 

이 이야기를 좀 배웠다는 동창 녀석에게 했더니 한다는 말이

그 딴 녀석을 왜 그냥 둬? 당장 된장 발라야지!”.

7연대 본부 부근 동네에도 개소주 집이 있다. 전화만 하면 개잡이 전문가가 득달같이 차를 몰고 달려와서 그 흉악한 놈을 기술적으로 데려 갈 것이다어느 정도의 개 값도 주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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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 유일의 진돗개였던 값비싼 시골의 명견이

나의 후배이며 주인 동생을 아주 저미듯이 물어뜯었다가 그 형에게 즉결처분을

당한 에피소드를 나의 블로그에 소개해서 인기를 끌었던 바 있었다.

http://blog.naver.com/kc6731/220642706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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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쓸쓸한 가정 생활에서 그 못된 녀석과 주고받았던 부자 사이 같은 애정이 이 다감한 고연대장에게 그런 즉결처분은 생각지도 못하게 했던 모양이다.

 

나도 고연대장을 몇 번 만났지만 심성이 무척 고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지금도 7연대에서 가보면 그가 떠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몇몇 간부들 중에 부하들을 아끼던 그의 지극한 인간됨에 대해서 회고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가 있다.

 

그 못된 진돗개 놈은 흉포한 만행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애정을 쏟아주는 아빠에게 감동해서 개과천선 했는지 그 뒤에는 별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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