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지상전 화력, 화포
▲ 2014년 육군 6사단 포병연대의 105mm 견인포 사격 모습 (출처 : 대한민국 국군 플리커)
휴전 상태인 한반도는 전세계에서 화포가 가장 많이 배치된 지역입니다. 2014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야포(야전포) 8,600문과 방사포 5,500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방사포란 포신 여러 개를 묶어 동시에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의 다연장포와 같은 개념입니다. 우리 군 역시 5,600문의 야포와 다수의 다연장포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대 화포의 역사와 구분법, 그리고 우리 군의 주력 화포 K-9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화포의 역사와 구분
▲ 캐나다 글렌보우 박물관에 전시된 백년전쟁 크레시 전투 디오라마 (출처 : 위키커먼즈)
현대 화포는 기동 방식에 따라 견인포와 자주포로 구분합니다. 견인포는 자체적인 동력이 없어 별도 이동수단이 필요한 화포를 말합니다. 견인포는 우리 육군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화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홀로 움직일 수 없는 견인포는 화포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고대 그리스·로마·중국 등에서는 전투에 다양한 투석기를 사용했다고 전하며, 이 투석기가 오늘날 화포의 등장을 이끌어냈습니다. 화포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12세기 무렵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크레시(Crécy) 전투입니다. 당시의 화포는 화력 자체는 그리 강력하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포성으로 상대 전의를 상실시키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때의 화포는 사실상 고정형으로, 이동이 어려웠습니다. 이후 화포를 움직이기 위해 바퀴를 달거나 말 등을 이용해 끌게끔 하였고 이것이 견인포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특히 프랑스군 포병 장교였던 나폴레옹은 견인포를 이용한 보병과의 합동작전으로 유럽을 제패하기도 했습니다.
6·25전쟁의 숨은 공로자, M3견인포
▲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군 공수부대의 M3견인포 발사 모습 (출처 : 위키커먼즈)
M3견인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기존의 M2를 공수부대용으로 축소 제작한 것입니다. 이 화포는 항공기에 탑재가 가능했고 낙하산으로 투하할 수 있을 만큼 경량화시킨 모델이었습니다. M3는 적은 인원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사거리가 길지 않고 화력이 약했습니다. 실전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 많은 수가 폐기되거나 다른 나라에 공여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때 미군이 쓰던 105mm M3를 인수해 사용했습니다.
▲ 6·25전쟁 중 국군 제1사단이 낙동강 전선 다부동 북부지역에서 90mm 견인포를 발사하고 있는 모습
6·25전쟁 발발 당시 최신예 소련제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에 비해 우리나라는 적은 수의 M3만으로 전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 포병부대는 장비 열세에도 불구하고 맹활약했습니다. 전쟁 초기 유일하게 포병대대를 보유했던 제17연대는 부대가 분리되는 위기 속에서도 전력의 90%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전쟁 초반 동부전선에서 국군 포병부대가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M3가 있었습니다. 8월 이후 미군이 M2(후일 M101로 이름을 바꿈)견인포를 지원하며 M3는 전장에서 사라지게 되었지만, 6·25전쟁 초기 M3는 전장을 지켜낸 숨은 공로자라 할 수 있습니다.
국산 명품 화포, K-9자주포
자주포는 스스로 움직여 사격할 수 있도록 무한궤도와 같은 차체에 야포를 탑재시킨 형태입니다. 그래서 견인포와 달리 스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자주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선보인 영국의 MK I 야포차량입니다. MK I는 기존에 포를 이동시킬 때 말을 사용하던 것을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무기였습니다.
현대전에 있어서 자주포는 포병전력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근래에는 대포병 레이더의 발달로 인해 포격 후 진지 전환이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같은 위치에서 포격을 계속하면 적이 발사 위치를 알게 돼 포격의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포격 후 즉시 이동하는 기동성이 중요해졌으며 이동 후 다시 바로 사격할 수 있는 급속 사격도 중요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기동성과 '사격 후 신속 진지변환(Shoot and Scoot)' 능력을 갖춘 것이 우리 육군의 최신예 자주포 K-9입니다.
▲ K-9자주포(왼쪽)와 여기에 탄약을 공급하고 있는 K-10 탄약 운반 장갑차(오른쪽)
(출처 : 대한민국 국군 플리커)
K-9은 1985년부터 생산된 K-55 자주포의 후속모델로 세계적으로도 그 저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K-9은 1,0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 최고시속 67km까지 달릴 수 있어 K1전차와 동등한 기동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위치확인장치, 자동 사격통제장치, 자동이송장치, 포탑구동장치, 통신장치 등을 탑재, 스스로 계산한 사격제원은 물론 사격지휘소로부터 접수된 사격제원에 따라 포를 발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52구경장(약 8m)의 155mm 포신을 채용해 사정거리가 40km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금까지 현대 화포의 구분과 역사, 국산 명품 화포 K-9자주포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화포는 현대 지상전에 있어서 기본이자 육군의 핵심이 되는 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국군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비, K-9자주포를 비롯한 최신예 전력 증강과 공세적 방어를 통해 튼튼한 안보태세를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