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기 이면에 숨겨진 세계사 [ 끝 ] 아직도 날아다니는 용의 눈
첩보위성이 실용화되었어도 U-2가 훌륭한 정찰 도구임이 입증된 이상 요격 위험이 있어도 미국은 이를 적극 운용하여야했다. 위성은 주기적으로 궤도를 도는 관계로 상대방이 통과시간만 파악하면 목표물을 은폐할 수 있었고 아무래도 촬영한 목표물의 해상도가 U-2의 그것보다는 뒤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태어난 지 반세기 가까이 되었지만 U-2는 적성국 정탐에 있어 지금도 최고의 도구인 셈이다.
[ 태어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U-2는 아직도 효과적인 정찰 수단이다 ]
그런데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SAM이나 여타 방공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아무리 고고도를 비행하는 U-2라 하여도 시간이 갈수록 격추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정찰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미국은 경우에 따라 편법을 동원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60년대 중국을 정찰하는데 동원되었던 U-2들이었는데, 이들 동체에는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선명히 그려진 체 피격된 U-2 ]
그 이유는 만일 격추되었을 때 이것은 미국의 행위가 아니라 순전히 대만의 행위이므로 미국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는 물론이지만 현재도 U-2는 고도의 전략무기다. 다시 말해 돈이 아무리 많다고 살 수도 없고 팔지도 않는 미국만의 비밀 병기이며 한번 정찰 비행에 억대의 비용이 필요할 만큼 보통의 국가에서는 거저주어도 운용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 비행 준비 중인 U-2 조종사
1회 비행에 억대의 비용이 들만큼 운용하기 어려운 기종이다 ]
1960년대의 대만은 당연히 U-2를 구입 할 수도, 운용할 능력도 없었다. 즉, 국적 마크만 대만 표식을 달았을 뿐이지 실제 운용은 미국이 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 때문에 중국 정찰에 투입 된 대만의 U-2기는 표식과 실제 운용 주체가 전혀 달랐다고 단정할 수 있다. 일설에는 만약을 위해 조종도 미국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대만인들이 하였다고는 하나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 격추 당하여 중국에서 전시 중인 U-2기 ]
중국 본토를 정찰하던 U-2들도 종종 격추되고는 하였다. 당연히 이런 결과를 중국 정부는 대외에 공표하였지만 공식적으로는 중국이 영토를 불법 침범한 대만기를 격추한 것으로 기록되어 미국을 안심(?) 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도 U-2기를 대만이 자주적으로 운용하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고도의 전략 비밀 무기여서 U-2의 운용은 은밀히 이루어진다 ]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반도에도 O기의 U-2가 OO기지에 배치되어 주기적으로 북한 정찰비행에 투입되고 있고, 지난 2003년 1월에는 작전 중이던 기체가 경기도 화성에 추락한 적도 있었다. 한반도에서 작전을 펼치는 U-2는 소련이나 중국에서의 경우와 달리 조종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적성국의 영공을 무단 침범하여 내륙 깊숙이까지 정찰비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 U-2는 지구의 둥근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고고도로 비행할 수 있다 ]
그 이유는 한반도의 종심이 워낙 짧아 북한을 정찰할 때 단지 DMZ을 연한 안전한 남쪽 영공을 따라 고공으로 비행 만해도 평양~원산 이남의 군사적 요충지 대부분을 정확히 정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거리를 정확히 탐지할 수 있는 최신의 센서를 갖추었기 때문에 오밀조밀하게 방공망이 밀집한 근처에서도 안전하게 정찰 활동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그 활동 내용은 여전히 비밀이다.
[ 2003년 1월 경기도 화성 인근에 추락하였던 U-2기 잔해 ]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던 SR-71이 은퇴한 현재, U-2는 유일한 전략 정찰기로 아직도 분쟁 지역과 정밀 정찰이 필요한 곳이면 하늘 높이 날아다니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우리나라 상공에 매일같이 U-2가 날아다닌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한반도가 여전히 긴장된 지역이라는 뜻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U-2의 운용 이면에 비추어진 지난 역사를 반추하여 본다면 이 엄연한 현실이 암시하는 의미를 결코 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