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병사들은 입대를 한 순간부터
공통적인 목표가 생깁니다. 바로 '전역' 이죠.
군 생활하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지금 둘러 쌓여있는 이곳 부대를 벗어나-
내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그 기쁨이
과연 어떠할 지 말입니다.
저는 2013년 07월 03일자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정확히 글을 쓰는 오늘이 딱 일주일 되는 날인데요.
당시의 설렘을 오래오래 기억하고파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현역이라면 다가올 전역을 그려보시고!
예비역 분들은 함께 전역 당시를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 저녁 점호를 마치고 자리를 핍니다.
매트리스 펴고~♪ 그 위에 포단 깔고~ 모포도 쫘악~ 펴줍니다.
이 모든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그리도 애틋해집니다.
군 생활하다보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바로 취침시간입니다.
취침시간의 묘미는 물론 꿀 같은 '잠' 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썰' 이지요.
이 시간에 나오는 썰은 물론 가벼운 이야기도 많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매우 감성적이고 촉촉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곤 합니다.
휴ㅡ 앞으론 이제 혼자 잘 텐데,
잠들기 전, 후임들과 썰 풀던 이 시간들이 무척이나 그리울 듯합니다.
새벽 1시.
잠은 계속 오지 않습니다. 왜냐면 내일이 바로 전역이거든요, 하하.
어쨌든! 결국은 잠이 들었습니다.
자, 드디어 그리도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 날' 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리나라 말 중에 시원섭섭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롭니다. 시원하면서 섭섭하다는 의미인데요.
참으로 애매한 말입니다. 어중간한 감정.
그런데 그 날 아침, 저는 그 '어중간한' 감정을 '명확히' 느끼게 됩니다.
정든 곳입니다. 좋았었든~ 싫었었든~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했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집보다 이곳에 최적화(?)된 사람입니다.
게다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정말 갖은 고생을 함께 해오던 사람들입니다.
아쉽습니다. 섭섭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저에게
"성진아, 그렇게 섭섭하면 며칠 좀 더 하다가 갈래?"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닙니다.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지막은 역시 마지막이라 아름다운 법이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울었습니다.
그동안 전역하는 선임들 중에 우는 선임을 못 봤는데 말이죠.
전역하는 오늘은,
이 부대 모든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날입니다.
동시에 동고동락한 부대원들과 이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모든 부대원들이 제게 말합니다.
"고생했다", "수고했어", "축하해", "아쉽다"
연신 세찬 악수를 하고, 뜨거운 포옹도 합니다.
어찌 안 울 수가 있겠습니까.
드디어 위병소 앞입니다.
마지막으로 후임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후임들의 부러운 시선.
그 시선은 마냥 맘 편히 즐길만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저도 늘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만 했는데,
오늘은 드디어 그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후임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희들도 그 부러운 시선을 받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니,
몸 건강히 잘 지내라고 말입니다.
자, 이제 이별입니다.
그러나 슬프지 않습니다.
머지 않아 사회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만날 테니까요.
좋긴 좋습니다.
사실 많이 좋습니다.
입이 찢어집니다.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패기가
제 가슴 속에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께서는
제 가슴팍에 있는 전역마크를 보시고는
축하한다는 말씀을 건네십니다.
역시 세상은 참 아름답군요.
생각해보십시오.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이라면-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꽤나 무거운 짐 하나, 군 복무.
저는 그것을 방금 내려다놓고 집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어찌 제 잇몸이 안 드러날 수 있겠습니까.
단연코, 오늘 하루는-
세상에서 제가 제일 행복한 사람일겁니다.
자, 예비역 여러분들!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상품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당신은 얼마에 사시겠습니까?
맞춰보죠. 돈으로는 감히 환산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 여기시지 않으신가요?
그래도 저런 게 실제로 판다면
정말 사고 싶군요, 쩝.
아마 '전역하는 기분' 이란 상품은
군에 다녀온 남자라면 누구나
구미가 당기는 상품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 상품을 구매할 때 지불할 값어치는 제 각각 다르겠지요.
당신의 군 생활이 스스로에게 의미가 깊을수록
그 값어치는 높아질 것입니다.
지금도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현역 병사 여러분!
남은 군 생활 열심히 하십시오.
저런 '전역하는 기분' 은 세상 그 어디에도 팔지 않습니다.
오직 딱 하루! 딱 한번만! 그대에게 찾아오는 아주 값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그 값어치를 높여가는 중입니다.
부디 무사히 전역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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