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이착륙기 개발사 [ 5 ] 실전에서 입증된 성능
영국 해군은 경제적인 이유로 퇴역시킨 중형 항공모함대신에 경항공모함 체계를 갖추기로 결심하고 1975년 공군이 사용 중인 Harrier를 개조하여 탑재하기로 발표하였다. 이전과 비교한다면 당연히 전투력의 감소가 예상되므로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 상황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그렇게 Harrier는 배 위에 오르게 되었다.
[ 영국 해군의 Sea Harrier ]
이것을 공군형과 분리하여 Sea Harrier라고 부르는데 방공, 제공, 대함공격, 정찰 등의 다용도 임무에 투입되기 위하여 많은 세부 개량이 이루어졌다. 이전처럼 임무에 특화된 별도의 함재기를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Harrier가 수직이착륙 기능이 있어 경항공모함에서 사용하는데 무리는 없지만 실전에 투입된 예가 없기 때문에 전투력은 그때까지 미지수였다.
[ 경항모에서 운용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전투력은 미지수였다 ]
공군의 경우는 어차피 Harrier가 주력 전투기 개념은 아니었지만 해군형은 이전에 주력으로 사용하던 F-4K Phantom 전투기나 Buccaneer 공격기에 비한다면 객관적인 능력이 뒤쳐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둘의 임무를 모두 담당하여야 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이렇게나마 항공모함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감지덕지하여야 했다.
[ 분명히 예전 주력기인 F-4K와 Buccaneer의 능력을 대신하기 어려웠다 ]
하지만 Harrier가 단지 세상 사람들 앞에서 수직이착륙 능력만을 보여주는 에어쇼 용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지리적으로 바로 앞이지만 영국이 점유하고 있던 포클랜드 제도를 무력 점령하였다. 남대서양을 배경으로 영국과 아르헨티나 벌인 유명한 포클랜드 전쟁(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 포클랜드 전쟁은 해리어의 능력을 만방에 떨치는 기회가 되었다 ]
어차피 전면전은 아니었고 섬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국지전이었지만 당시 전황은 영국에게 상당히 불리하였다. 전쟁터가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바로 자기 집 앞마당이었던데 반하여, 영국은 모든 것을 배에다 때려 넣고 장장 지구 반 바퀴인 13,000km를 달려가 바다위에서만 싸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제2차 대전 이후 영국은 지상군까지 투입하여야 하는 이 정도의 장거리 대규모 단독 원정을 실시한 사례가 없었다.
[ 전투 개시 전 장거리 원정을 떠난 영국이 불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
더구나 영국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항공 전력은 28기의 Sea Harrier가 전부여서 10여기의 공군 Harrier GR.3까지 긴급 충원되어야 했다. 하지만 영국군은 Mirage III, Dagger, A-4등 90여기의 고정익 전투기를 투입한 홈코트의 아르헨티나군을 몰아붙여 승리를 이끌어 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35기의 손실을 입었지만 영국의 Harrier는 10기의 손실만 입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 영국 군함을 공격하기 위해 저공비행하는 아르헨티나군의 미라지 ]
물론 아르헨티나의 항공 전력이 항속 거리의 제한 때문에 실제로는 홈코트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였고 또한 공대공 전투보다는 영국의 함정 격침이 우선 목표였기 때문에 방어에 나선 Harrier가 유리한 전장 상황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전쟁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Harrier의 효용성이 이 전쟁을 통해 만천하에 알려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 해리어는 그 능력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
영국 해군은 Sea Harrier와 이를 탑재하는 경항공모함을 내키지 않아 하였고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하였지만 운용하기에 따라 엄청난 전략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되었다. 이런 결과는 이후 이탈리아, 스페인, 인디아, 태국 등에서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한 경항공모함을 도입하도록 촉진시켜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러한 무기사의 극적인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당연히 Harrier였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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