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제1보병사단 연병장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저 멀리 고향 땅까지 울려 퍼졌다. 이 날은 아주 특별한 신병수료식이 있는 날이었다.
유독 이 날이 특별했던 것은 바로 13-12기 신병수료식과 검정고시에 합격한 전진고등학교 명예졸업장수여식과 함께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 놓칠 수 없는 기회를 기자는 현장을 취재했다.
행사의 3대 꽃
사단장님의 양 옆에서 권총을 휴대하고 있는 초병은 큰 키에 다부진 어깨를 자랑한다.
사단장님을 경호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헌병답게 모든 게 다 반짝거렸다.
실제로도 헌병대에서 초병을 뽑는 기준은 키와 외모와 같은 신체조건뿐만 아니라 눈빛만으로도 적을 제압할 수 있는 패기넘치는 불같은 눈빛과 적이 어디서 나타나든 준비가 된 용사들이 아니고서는 초병에 명함을 내걸수도 없다고 한다.
애국가부터 사단가에 이르기까지 행사에 필요한 모든 곡들은 관악기와 타악기로만 연주한다. 군악대에는 현악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군악대는 음악적으로 재능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엔터테이너들이 참 많다. 축하공연에서 웬만한 연예인 저리가라 할 솜씨를 뽐낸다.
오늘 행사에서도 활약이 돋보였다.
군기의 상징 헌병대 초병과 더불어 엄청난 군기를 자랑하는 의장대다. 의장대 역시 군기 빼면 시체이다. 의장대는 동상인 것처럼 착각이 들만큼 행사동안에는 정말 가만히 있어야한다.
무거운 깃발을 들고 있었지만 미동하나 없었다. 초병과 닮은 것이 참 많은 의장대다. 의장대는 깃발을 드는 기수단 역할을 한다.
이 삼총사(초병, 군악, 의장) 없이 군대에서 행사란 불가능하다.
1부 : 행사의 시작을 알리다.
빠라바라밤 빠라바라밤~
싱그러운 녹색 빛이 감도는 연병장에 사단장님의 입장을 알리는 군악대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단장님의 계급이 별이 두 개라서 빠라바라밤이 두 번 울린다는 사실 혹시 알고 있는가?
수료생들이 경례하자 전! 진! 하며 경례를 받아주시고 계신다.
신병수료생들 뿐만 아니라 전진고등학교 졸업생들도 한마음으로 경례를 하고 있다.
이 날 졸업생들은 검정고시 합격까지 큰 도움을 준 멘토들과 함께 이 곳 연병장에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비록, 오늘 행사 한 켠에 자리 잡았지만 이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애국자이자 다음세대의 리더가 될 재목들이 아닌가 싶다. 군대에 와서 자기 자신의 계발을 위해서 남들 쉴 때 게을리 하지 않고 공부한 이들이다.
신병수료생들의 선서문 낭독이 있었다.
수료생들은 주먹을 굳게 쥐고 대표자 양은학 이병의 선창 후에 나머지 수료생들은 후창을 했다.
선서문은 일명 천하제일 전진사단 용사의 다짐이다. 선배전우의 뒤를 이어 군인다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선서였다. 이들 모두가 이 시대의 애국자이자 다음세대의 리더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수여식, 그 진한 감동
왜 일까?
내가 그냥 거는 인식줄과는 달랐다. 적어도 기자가 수료할 때는 그랬다. 대표 수료생은 의연히 또 당당하게 서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벅참이 느껴졌다.
수료생들은 계급장을 왼손에 올려두고 기다렸다. 아들의 첫 계급장은 부모님이 달아주신다. 미처 참석하지 못한 부모님을 대신해서 혼자인 병사는 간부들이 직접 목에 걸어줬다.
계급장수여가 끝나고 이어지는 행사진행을 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부모님들은 관람스탠드로 이동했다. 수료의 벅참 탓일까 우는 병사도 부모님들도 꽤나 있었다.
늠름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시고 눈시울을 붉히는 부모님들도 계셨다.
어머니는 몰래, 고생했을 아들 마음 약해 질까봐 뒤돌아서 오는 길에 끝내 눈물을 훔치셨다. 세상 부모의 마음이 다 이러하리라.
이번 졸업생들은 군 입대 전 자기 패배의식을 타파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목표 지향적 자기개발 및 1:1 멘토 지정을 통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다.
특히 이번 졸업장 수여식은 의미가 더 컸다. 지난 12년 55명에 불과하였던 검정고시 합격자는 사단장님의 지휘아래 목표지향적 자기개발을 실시 후에 검정고시 합격자는 13년 전반기 90명, 후반기 41명 총 131명이 합격해 전년대비 2.3배 신장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들 앞에서는 이제 더이상 군 생활이 시간을 허비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오히려 군생활이 그들의 앞길에 보탬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스토리 발표
합격자 대표 박준형군은 이번 합격을 통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며 쓰나미가 무서운 것은 같이 떠밀려오는 물건들 때문이고 회오리가 무서운 것 역시 같이 날아드는 물건들 때문이라며 아무리 힘겨운 일이라도 그 자체에 겁내지 말고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힘을 내자며 모두를 응원했다.
송영현 이병 아버님께서는 세상 모든 부모들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우리 아들이 잘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참 기쁘다고 하셨다.
아들이 상점을 받고 사격을 잘 해서 걸려온 포상전화 그리고 진심이 담긴 인터넷 편지들이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1부 행사의 끝에 다다랐다.곧 이어질 면회 생각을 해서인지 이전보다 더 크게, 활기찬 목소리로 전진을 외쳤다. 이날 무난하게 큰 실수 없이 수료식 1부를 마쳤다.
이 많은 인원 중에 한명이라도 틀렸더라면 눈에 확 보였을 텐데 모두 하나가 된 듯 군더더기 없이 무사히 마쳤다.
2부 : 축하공연
축하공연이 시작되었다.
보통의 신교대 수료식과는 달리 1사단 신교대 수료식에는 축하공연이 있다.
수료식의 다채로움은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화제다. 수료식의 축하공연 영상이 SNS상으로 공유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는 `요즘 군인 이렇게 놀아요‘ 라는 제목으로 방탄을 눌러쓴 군인들이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추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1사단 신병교육대대의 수료생들이었다. 이 영상은 지금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록 이번 축하공연에는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없었지만 싸이는 있었다. 이처럼 신교대 수료식은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그 최선봉에 천하제일사단의 축하공연이 있다. 이전의 수료식이 총검술, 열병처럼 뿐이었다면 이제는 에 맞게 정말 풍성하고 다채로웠다. 마술부터 특공무술까지!
뽜사!
송판이 두 조각 세 조각이 날 때까지 깨부쉈다.
연달아 이어지는 부서지는 소리는 마치 장작을 패는 듯 했다.
싸이의 젠틀맨과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젠틀맨 & 전진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YG사단에 월드스타 싸이가 있다면 우리 천하제일 사단에는 이들이 있다.
“헤~이 섹시 레이디~”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그의 농염한 표정에 좌중은 한 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군악대 김호주 상병은 처음에는 트럼펫 한 개를 들고 나와 불더니 이내 점점 빨라지는 비트에 맞춰 두 개의 트럼펫으로 기교를 부렸다.
트럼펫을 귀(?)로 불어주는 신개념 연주를 보여줬다.
사단 마술사로 유명한 김성훈 일병의 카드마술.
함성, 호응 소리만큼만 공연한다는 그는 큰 호응 속에 카드마술 그리고 미녀와 함께한 물 컵 마술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마술보다 더 인기 있던 게 있었으니~
그렇다. 미녀에게 군인의 시선이 쏠렸다. 그녀의 머리 위에 아주 조심스럽게 물을 따르며 “조심스럽게 애기할래요.~” 라며 노래를 불러 폭소를 자아냈다.
잠시 만요, 본부대의 특공무술 보고 가실게요~
불구덩이를 넘나드는 특공무술은 가히 묘기에 가까웠다.
뜨겁지도 않은지 몸에 불이 붙으면 어떻게 하냐는 주변의 걱정스런 시선과는 달리 완벽하게 점프해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지난날의 노력이 이 날 시범에서 나타났다. 다행히 부상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 되었다.
시범의 가장 앞에 선 본부대장님은 오로지 손날만으로 테이블 위의 맥주 5병을 모두 격파했다.
”격파하며 쏟아지는 저 맥주...... 참 아까웠지 말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특공무술 시범이 특별 훈련을 받는 부대가 아닌 행정병들로 구성된 본부근무대 병사들이라는 점이었다. 이 날 시범이 끝나자 사단장님은 수색대대 한 개 소대와 한번 겨뤄보고 결과 발표하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특공무술 시범은 전장병 특급전사화의 일환이다.
이런 시범이 시범만으로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은 통계가 보여준다. 사단 특급전사는 12년 5월 사단장님이 취임하실 때 4.8%에 불과하던 것이 13년 8월 기준 34.6%로 6배 신장되었고, 전투프로는 14.5%에서 75%로 5배 끌어올렸다.
축하공연은 오곡이 물드는 이 가을의 한가위선물셋트이기도 했고, 온 가족이 같이 둘러 앉아 보는 TV프로그램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신병교육수료생들이 부모님, 가족, 여자친구를 위해 흘린 땀이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서 청명한 가을하늘 잘 익은 곡식들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 면회하러 가야죠?
신병수료식의 축하공연 마지막 특공무술이 끝나고 면회를 위해 부모님과 만났다. 이 날 수료생들은 특별한 포상휴가까지 조치되었다.
차례대로 줄 이어서 연병장을 빠져나가며 부모님들은 아들을 멋진 모습으로 키워준 사단장님께 감사의 말씀들을 잊지 않았다. 또 사단장님께 멋있다며 소녀처럼 수줍은 고백을 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이 날, 수료식이 끝나고 사단장님은 수료생들 전원에게 직접 하이파이브를 하시면서 앞으로의 군 생활에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김 기자, 만나다.
전진고등학교 명예졸업생, 채부기 일병의 부모님을 만나다.
기자는 일찍부터 인터뷰를 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전진고등학교 명예졸업식에 참석한 부모님들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려던 찰나였다.
이 때, 채부기 일병의 부모님을 만났다.
경남 김해에서 새벽 2시 30분에 자가용을 타고 출발해서 7시 30분에 도착하셨다는 부모님.
축구 밖에 모르던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돌연 공을 안차고 자퇴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부모님의 가슴은 털썩 주저앉았다고 했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군대에 와서 생각지도 못했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하신다. 소대장님이 멘토로 나서서 많이 도와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대에서 편의를 많이 봐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고 하셨다.
채 일병을 만나다.
식이 시작되기 전 멀리서 오신 부모님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 지 기자의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채부기 일병은 활짝 웃으며 화답해주었다.
현재 통신 가설병으로 임무 수행중인 채 일병은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공밖에 몰랐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고등학교 자퇴, 지금 생각해보면 이는 부모님 가슴에 큰 못을 박아버린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대에 와서 검정고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부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덕에 이번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대는 일과시간을 물론 새벽까지 오직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단다.
특히 중대간부들이 십시일반 모아 필요한 책들을 지원해준 덕분에 금전적인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축구만 알던 그가 축구에서 발을 떼어버리고 소위 말하는 밑바닥인생에 날아든 군 입영통지서는 그에게는 인생 한 줄기의 빛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물었을 때 그는 부모님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속 많이 썩였는데 끝까지 자신을 믿고 이번 검정고시에 도전한다는 말에 응원해주시던 부모님에게 항상 믿어줘서 고맙고 새로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채부기 일병은 검정고시를 준비한지 15일 만에 70.8점의 성적으로 합격했다.
채 일병을 비롯한 전진고등학교 명예졸업생들 전원 40명에게는 포상휴가는 물론 사단 자매단체인 롯데시네마에서 협찬한 영화 관람권이 축하선물로 주어졌다.
이 날 행사는 7주간의 신병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친 13-12기 수료생들과 지난 8월 검정고시에 합격,
지난날의 패배의식을 씻고 당당히 일어선 명예졸업생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욱 빛이 났다.
장차 수료생들은 일병 상병 병장이 되어갈 것이다.
수료생들은 오늘 부모님과 면회가 끝나고 신병교육대대로 돌아가서 자대로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졸업생들은 이 날 조치받은 포상휴가가 끝나는 대로
자대에 돌아가 맡은 바 임무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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