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2 [B-40]
8년간 30만명의 국국이 파월되어서 치열하게 싸웠던 월남전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월맹군 - 베트콩의 무기가 있다. B-40 적탄통이라는 대전차 로켓 발사기다. 이 적탄통이 위력을 발휘했던 월남전 전투는 유명한 안케 패스 전투다. 고지에 단단한 토치카를 구축해 놓은 월맹군이 반격하는 국군들에게 난사한 적탄통 세례때문에 고지를 쉽게 탈환하지 못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다.
월남 참전 용사들만 이 로켓포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6-80년대에 군대 생활을 했던 분들은 적군 무기 교육을 통해 접한 B-40 적탄통이라는 북한군 무기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요즈음 국군에게 알려진 이 구식 무기의 명칭은 RPG 2다. 그 후속의 로켓 발사기가 RPG-7이다. RPG -7은 성능이 좋아 국제 무기 시장에서 인기 상품으로 잘 팔리는 상품인 반면 이 RPG-2는 소련이 독일의 로켓 발사기를 모방하여 약간 조잡스럽게 만든 무기다.
이라크 보안군의 RPG-7
탄두도 대전차 고폭탄[HEAT] 한 가지 뿐이고 조준기는 조잡할 정도로 단순하며 후폭풍이 거세참호 같은 밀폐 장소에서는사용할 수없다. 군 복무시 교육시간에 이 대전차 무기가 적탄통이라는 말로 소개되었을 때 나는 그 이름의 적정성에 크게 의심이 일었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명칭이 나왔을까? 아는 한자를 총동원하여 적탄통은 정당화시키려고 했으나 말이 되지를 않았다. 무언가 포탄 발사와 관계된 단어인듯 한데 그 명칭으로서전혀 어울리는 한자어조합을 알 수가 없었다. 군 복무 시절부터 나는 척탄통[擲彈筒] 이라는 이름을 일본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히 적탄통이 척탄통을 잘못 표기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이 수류탄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미니 박격포의 이름이 척탄통이었다. 무릎앞의 땅에 이 포판없는 박격포를 밖고 손으로 포신을 조절하여 유탄을 발사한다해서 미군들은 이 척탄통을 무릎 박격포[knee mortar] 라고 했었다.
일본군 89식 척탄통
궁금해진 나는 적군 무기 교육 때 교관에게 물었다. “적탄통이 척탄통을 잘못 쓴 것이 아닙니까?” 나는 척(擲)자가 수류탄 투척 때의 척자와 같다는 부연 설명을 하면서 물어보았지만 교관은 척탄통 자체를 몰라서 말이 되지가 않았다. 나는 군 복무시 이 질문을 두어 명의 선배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나는 척탄통이 어떻게 해서 B-40에 붙었는지 알 수 없었다. 북한에서 그렇게 부르나 했지만 북한의 이웃 중국군이 로켓 발사기를 적탄통이 아니라 화전통(火箭筒)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중국제 B-40도 56식 화전통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었다.
중국제 56식 화전통- B 40[RPG2]
나는 결국 이 이름이 당시 국군에 아직 일본군 출신들이 많았고 그 분들이 ‘마루'(丸)라는 일본 군사 잡지들을 많이 읽고 있었던터라 적탄통 명칭이 일본 군사 서적에서 온 것이고 국군화 단계에서 잘못 표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지만 군 시절 당시는 확인이 불가능해서 그냥 넘어갔었다.
즉 그때 일본 군사 서적에서 B-40 명칭을 척탄통이라고 표기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척탄통의 이름이 일본에서 왔다는 사실이 확실한 것은 먼 훗날 인터넷이 활성화된 뒤에 일본 포털에서 확인하게 될 기회가 있었다. 일본은 B-40을 척탄 발사기[擲弾 発射器]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유탄 발사기라고 부른 M-79 유탄 발사기도 일본은 척탄 발사기라고 했다. 일본이 40mm 구경의 B-40 로켓탄을 로켓탄도 아니고 유탄도 아닌 척탄으로 부른 것으로 보아 적탄통이라는 명칭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군이 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말한바 대로 표기 도중에 오기가 있던 것이 퍼진 것 같다. 또는 일본 군대 전통에 거리를 두는 북한이지만 이 명칭만은 일본군에서 빌려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한다.
이미 B-40[RPG -2]의 시대는 까마득하게 멀게 지나갔다. 그러나 새삼 여기서 그 내력을 밝히는 것은 적탄통이라는 잘못된 단어가 월남전사와 참전 용사의 회고록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실수가 먼 훗날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 잘못 기록된 척탄통이라는 무기의 이름이 전사 기록자들에게 교훈으로 알려주고 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