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승계 받은 후계자들 [ 上 ]
현재 한국 공군의 차세대 주력기로 도입 예정 된 F-35는 흔히 합동타격기(JSF)로 불린다. 개발국인 미국에서 공군, 해군, 해병대의 차세대 전술기를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기로 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런데 2006년 시제품이 출고되면서 Lightning II라는 정식 이름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F-35의 개발자인 룩히드마틴社가 제2차 대전 당시에 만든 P-38에게 붙여졌던 Lightning의 이름을 승계한 것이다.
[ P-38 Lightning ]
개발자인 록히드마틴은 물론 이를 도입하기로 예정 된 관련 당국자들은 F-35가 전 세대에 활약한 P-38을 능가하는 무기사의 명품이 되기를 희망하겠지만, 아직도 개발 단계에 있고 실전에 투입된 이력이 없기에 과연 P-38을 능가하는 명성을 역사에 남길지는 물음표라 할 수 있다. 사실 모든 무기의 명성은 실제 운용 결과로부터 나온다. 즉, Lighting의 명성이 계속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F-35하기 나름이라 할 수 있다.
[ F-35 Lightning II ]
이와 같이 무기의 이름을 명명하는데 있어 이전에 사용하던 이름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명성이 좋아 그 영광을 또 다시 재현하고자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대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 이름값도 제대로 못하고 사라져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 전투기에는 F-35처럼 이름을 승계한 후계자들이 이전에도 많았는데 Thunderbolt도 그 중 하나다.
[ P-47 Thunderbolt ]
아무리 때려도 끄덕하지 않는 강한 맷집과 둔중한 모양에 걸맞지 않는 급강하 능력으로 전투를 벌이던 독일 조종사들의 기를 질리게 만들었던 유명한 전투기가 리퍼블릭社의 P-47 Thunderbolt다. P-47은 제2차 대전 당시 유럽 하늘에서 폭격기들의 든든한 호위전투기로 그 명성을 떨쳤지만 더 빠르고 더 멀리 비행이 가능한 P-51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대지공격으로 주 임무를 바꾸었다.
[ Thunderbolt로 불리는 P-47과 A-10 ]
이후 강력한 방어력을 방패삼아 독일 지상군에게 천둥번개를 내리 꽂아 무서운 하늘의 악마로 이름을 더욱 드높였다. 페어차일드 리퍼블릭社가 CAS 임무를 위해 개발한 A-10에게 Thunderbolt II로 이름을 승계시킨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였고, A-10은 선배인 P-47 못지않은 대지공격 능력을 선보여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1991년 걸프전 결과는 도태를 예정하고 있던 A-10의 수명 연장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만들었다.
[ A-10 Thunderbolt II ]
Corsair 또한 성공한 전작의 명성을 이어받은 이름이다. 역사상 최강의 항공모함 탑재용 프로펠러 전투기로 평가되는 보우트社의 F4U Corsair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게는 한마디로 죽음의 사신이었다. 전쟁 초기에 하늘의 왕자인 것으로 착각하던 일본의 제로기들은 역 갈매기 날개를 지닌 F4U와 조우하면 어떻게 도망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우선 걱정할 정도였다.
[ F4U Corsair ]
F4U는 제트시대가 도래해서도 한 동안 현역으로 남아 한국전쟁과 같이 실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였다. 이전과 달리 공대공 전투가 아닌 든든한 무장 탑재량을 이용한 항공모함 탑재 대지상공격기로 그 임무를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미 공군(육군항공대)은 모든 전술기를 일거에 제트기로 교체하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F4U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남을 유추할 수 있다.
[ 항모탑재 전투기로 개발 된 F8U(F-8) ]
제트시대 도래 후 보우트가 만든 항모탑재 전투기로 명성을 떨친 것이 F8U Crusader다. F-4 Phantom II이 등장한 이후 주력기에서 내려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해군 조종사들이 마지막 건파이터로 부를 만큼 사랑하였다. 베트남전쟁 당시에 MiG-17, MiG-21과의 근접 선회전에서 위력을 발휘하였고 라팔 배치 전까지 프랑스 해군이 항공모함에서 사용할 만큼 좋은 전투기였다.
[ F8U를 베이스로 개발된 A-7 Corsair II ]
이러한 F8U를 베이스로 하여 개발 된 대지공격기가 A-7 Corsair II인데 같은 이름으로 먼저 불렸던 F4U가 전투기에서 공격기로 진화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좁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였던 점에서 알 수 있듯이 A-7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폭장량을 자랑하고 날렵하였다. 한마디로 Corsair의 이름을 물려받아 더욱 빛낸 걸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