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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여름휴가이벤트] 국총무 최우수상 김남수 소령 (생에 최고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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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여름휴가이벤트] 국총무 최우수상

생애 최고의 휴가

                                                                                                                    - 김남수 소령



2015년 4월 어느 날 집으로 날아든 2통의 편지.

한 통은 지난 2월, 국방일보에서 어느 여군이 소아암 환자에게 모발을 기증하였다는 기사를 보고 막내딸이 본인도 하고 싶다며 3월 소아암 환자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기 위해 모발을 잘라 기증했던 감사장이었고, 다른 한 통은 19년 전 헌혈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신청했던 ‘조혈모세포(골수) 기증’ 건에 대해 조직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으니 기증 의사를 밝혀달라는 ‘한국 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공문이었다. 막내딸의 기증이 너무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날 바로 기증 의사를 밝히고 그렇게 나 인생에서 최고의 휴가를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자주 갖던 술자리부터 끊고 하지 않던 운동도 조금씩 시작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정했고, 최종 조직 검사와 건강검진을 마치고 시작된 골수 촉진제 투약하였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많은 정보를 검색해 봐서인지 떨리기보다는 잔잔한 기대감으로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일 차 주사를 맞고 집에 오는 길에 약간의 근육통에 잠시 당황했었다. 2일째부터는 온몸에 엄습해 오는 뼈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기분 나쁜 통증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드디어 7월 20일, 부대의 배려로 청원휴가를 득하여 오후에 병원에 입원하였고, 마지막으로 촉진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7월 21일 본격적으로 골수 기증이 시작되었고, 척추에 바늘을 꽂아 직접 골수를 채취하는 방식과 성분헌혈 하듯이 혈액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있는데 후자의 방식으로 장장 5시간 동안 진행된 골수 채취. 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옆을 지켜주는 아내 덕분에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었다. 몸에서 20,000cc의 피를 뽑아냈고 266cc의 조혈 모세 모를 제외하고 다시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마치고 병실에 돌아오니 아빠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둘째 딸과 막내딸이 연신 “아빠가 자랑스러워요”를 반복하며 환자 밥까지 빼앗아 먹는 두 딸을 보며 행복했고, 수련회로 함께하지 못했던 큰딸의 응원메시지에 울컥하기까지 했다.

환자의 이식은 잘 이루어졌고 2~3주의 회복기를 보고 상태를 알려주겠다는 코디네이터의 말을 듣고서야 ‘한 생명을 살린 건가?’하는 자부심이 들었다. 



1주일이 지나고 협회의 감사패와 환자의 감사 메모를 받은 지금, 작은 소망이 있다면 환자의 병세가 좋아져서 새로운 삶을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알고 기증을 희망하는 인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40년 인생을 살면서 잘한 일 3가지를 꼽자면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한 것, 직업군인의 길에 자발적으로 들어선 것, 그리고 이번 기증을 통해 타인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 것을 꼽겠다.

비록 정식 휴가도 아니고, 재미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살아오면서 나 스스로가 가장 자랑스럽고 즐거웠던 최고의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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