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픔이 담긴 음식, 전골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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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유럽 전역을 호령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군대는 잘 먹어야 잘 싸운다”고 했습니다. 이 말처럼 굶주린 군대는 전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이 언제든 기습할 수 있는 상황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 때문에 인류는 전쟁 중에도 신속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고안해 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 중에도 전쟁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전쟁에서 유래된 음식들 중 하나인 전골요리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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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에 끓여먹던 요리법에서 유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고기에서부터 곱창, 낙지, 버섯, 만두, 김치, 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 재료를 넣어 전골요리를 만들어 먹습니다. 그만큼 전골요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골이 찌개나 국과 다른 점은 고기나 해물을 기본 재료로 채소, 버섯 등을 더 넣은 후 양념과 물은 조금만 넣고 끓인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이나 찌개와는 달리 전골은 주로 재료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을 즐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특징이 바로 조리도구로 전골냄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혹자들은 전골냄비의 유래를 과거 전투에서 철모를 이용해 음식을 끓여 먹던 데서 찾곤 합니다. 옛날의 철모는 ‘전립투’라고 불렀습니다. 전립투는 전쟁 때 쓰는 모자라는 뜻으로 전립(戰笠)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옛날 전립은 오늘날의 철모처럼 쇠로 만들었는데, 전시에는 조리기구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병사들은 쓰고 있던 전립을 벗어 거기에 음식을 넣고 끓여 먹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풍습이 민간에도 전해져 여염집에서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를 넣어 끓여 먹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전골 요리의 유래가 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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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샤부, 훠궈는 몽골 기마부대의 야전에서 비롯
우리가 자주 먹는 ‘샤부샤부’도 야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샤부샤부는 일본어로 ‘가볍게 씻거나 헹구는 모양’을 뜻하는 의성어입니다. 유래는 13세기 칭기즈칸이 정복전쟁을 펼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인들은 식사 때 벗은 투구를 불 위에 걸쳐 냄비처럼 이용했습니다. 여기에 양고기를 데쳐 먹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몽골인 사이에서 국물에 고기를 데쳐 먹는 조리방식이 유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전골 요리 유래와 비슷합니다.
중국의 훠궈, 일본의 샤부샤부도 몽골식 전골요리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학자 중에는 삼국시대 당시 투구를 솥으로 이용하던 병사들의 조리 방식이 '토렴'문화로 변했고, 몽골병사들이 이를 따라한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토렴은 식은 밥이나 국수가 담긴 그릇에 뜨거운 국물을 여러차례 부었다가 따라냈다가 하면서 데우는 조리 방식을 말합니다. 특히 샤부샤부라는 일본어는 ‘더운 차를 밥에 살짝 붓는 모양’을 뜻하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토렴 조리법을 가리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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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1970년 대 초 생겨난 ‘칭기즈칸 전골’
지금도 ‘칭기즈칸 전골’ 전문점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칭기즈칸 전골은 어떤 요리일까요? 몽골의 전투식과 칭기즈칸 전골의 연관성은 아직 학술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몽골에는 ‘칭기즈칸 전골’이라는 요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와 유사한 메뉴들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양고기 끓인 물에 국수를 넣은 ‘고릴태술’, 양고기, 감자, 당근, 통마늘, 양파, 소금 등 각종 재료에 달군 돌을 집어넣어 만드는 ‘허르헉’, 양고기 육수에 빵을 찍어먹는 ‘너거태슐’ 등의 요리가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칭기즈칸 전골’은 쇠고기 등심으로 만든 전골 요리를 가리킵니다. 칭기즈칸 전골 전문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 쯤이라고 합니다. 서울 논현동의 ‘한우리’, 명동의 ‘신정’이라는 음식점에서 첫 선을 보였다는 것이 외식업계 관계자들의 기억입니다. 칭기즈칸 전골은 일반 샤부샤부와 조리법이 조금 다릅니다. 두부, 만두, 채소, 쇠고기, 사골과 양지머리로 육수를 만든 후 각종 버섯, 땅콩가루, 땅콩버터, 우동사리 등을 한데 끓여 먹습니다. 서울에서 처음 인기를 끌게 된 칭기즈칸 전골은 한강 이남으로 번져 나갔고 지금은 대구에서 인기 있는 요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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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아픔이 남긴 음식, 부대찌개
부대찌개 역시 전쟁 통에 유래된 음식입니다. 6·25전쟁의 여파로 1950년 대 우리는 가난하고 궁핍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대찌개는 이 시기 미군 부대 주변에서 생겨났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당시 경기도 동두천시와 양주시, 의정부시, 송탄시 등지의 미군부대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부대에서 가져온 핫도그나 통조림 햄 등을 이용해 고추장 찌개를 끓였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미군이 먹다 남기거나 미군의 보급품을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부대찌개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합니다. 부대찌개는 서양 식재료에 한국식 조리방법이 더해진 일종의 퓨전요리라 하겠습니다. 고기와 채소를 넉넉하게 넣고 끓이는 우리 전통의 탕 조리법과 일치합니다. 가난을 벗어난 지금에도 부대찌개는 여전히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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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골요리와 부대찌개 등 전쟁과 관련 깊은 음식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먹는 음식 안에도 이렇듯 많은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역사가 쉬지 않고 흘러가듯 새로운 음식 또한 우리의 역사와 함께 계속해서 태어날 것입니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밥심으로 환절기 건강도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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