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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계곡에 돌입한 전차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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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계곡에 돌입한 전차대 -2-


나는 앞의 어느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식현리에서 멀지 않은 전차 부대에서 간부로서 군복무를 했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이 지났으나 이 식현리 전차 공격의 전투 지역만은 머리 속에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내력이 있었다. 제대가 반 년 정도 남은 추운 어느 12월, 새로 전속 갔던 부대에서 느닷없는 비상 발령과 함께 출동해서 2주가 넘는 동계 야외 기동 훈련을 했었다.


그 무렵 겨울에 전차가 기동하는 것은 상례가 없는 일이었으나 하여튼 1군 사령부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엄청나게 추운 겨울 날씨를 겨우 견디며 진행된 고생스러운 야외 훈련은 후반의 소대 ATT- ARMY TRAINING TEST-에서 절정에 달했다.


심판관이 동행하던 이 ATT는 식현리 소재 해발 150미터의 국사봉을 왼쪽으로 끼고 북쪽으로 있는 나있는 계곡을 향하여 공격하는 것이었다.국사봉 계곡은 금파리와 적성을 잇는 대로의 북쪽에 형성 되어서 지금은 입구의 마을을 통과하여야 한다.


말이 계곡이지 주변에 산들이 낮아서 농로가 발전 된 찻길이 국사봉 옆을 지나서 깊은 곳까지 들어가 있었다. 계곡의 폭이 약 3-500미터 정도이며 계단식 논이 북까지 이어져 있었다.

​ 

[​국사봉 계곡 - 현지인들이 밥재[계곡]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곡은 금파리- 적성 도로에서 시작하여 중간쯤에서 국사봉을 끼고 왼쪽으로 구부려져 있다.


[큰 네모로 표시한 곳이 국사봉 계곡이다. 

오른쪽의 작은 네모가 제일 높은 국사봉이다. 이 계곡 끝의 고개를 넘어가면 임진강에 이른다.]


계곡 중간에 내 군복무 시절에는 지금은 후방으로 이동한20사단 전차 중대가 있었다. 


지금도 그 자리에 동네 사람들이 국사봉 부대라고 부르는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현재는 밥재 약수터라는 약수터가 있어서 외지 사람도 자주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특기할 것은 이 임진강을 따라 나있는 언덕같은 산맥들이 내가 군 복무하던 옛 시절에도 모두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는 대머리 산들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가 본 현재의 그곳은 계곡 천지가 나무로 뒤 덮여져 옛날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ATT심판관으로부터 이 깊숙한 계곡 끝까지 공격하라는 상황 부여를 받고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했다. 전차 부대의 공격 목표는 대개 시계가 양호한 능선이나 사방이 트여진 주요 지형지물들인데 이와 같이 보병들이나 공격할 협소한 곳에 전차를 다섯 대씩이나 투입해서 계곡에 난 소로를 한 줄로 계곡 끝까지 올라가라니 참 기이했다.


이런 좁은 곳에서는 특공조가 전차 종대의 앞과 뒷 차만 파괴하면 전차는 그대로 옴짝달싹 못하고 다 죽는 신세였다.하여튼 하라고 하니 그대로 했고 목표에 도달해서 올라온 아래를 보니 더욱 이해가 안 되었다.


적이 계곡 입구에 잘 엄폐된 전차 한 량만 배치하면 우리 소대 전부를 쥐구멍에서 나오는 쥐를 두들겨 잡듯 일망타진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야간이 되자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그 좁은 계곡의 우리 소대를 다른 전차 부대가 공격하고 우리는 방어를 하는 비현실적인 상황까지 받고 실행한 뒤에 다음 날 철수했었다. 하라고 하니까 하긴 했지만 그런 곳을 암흑 속에서 공격할 정신 나간 전차 부대 지휘관은 있을 성 싶지 않았다.


평소에도 사령부의 책상물림 참모들이 일선 부대를 야전에서 고생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 비재 했기에 나는 여단의 어떤 멍청한 녀석이 개떡같은 상황을 만들어서 심판관들에게 주었구나 생각하며 투덜거렸다.


그 몇 달 뒤 이 계곡 안에 있는 20사단 전차 중대의 동기를 찾아 갔다가 중대 연병장에 주차해 있던 미군들의 긴 포탑을 가진 M 60전차 두 량이 주차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옛날 20사단 전차 중대가 있었던 계곡 안 군부대 주둔지- 전차 중대는 그 옆의 부대에 있었다.]



물어본즉 이 계곡으로 훈련차 들어온 동두천 주둔 미 2사단 72탱크 소속 전차들인데 정비 문제로 일단 전차병만 귀대하고 다음날 와서 정비를 한 뒤 몰고서 귀대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군 전차대가 그 후미진 계곡 안에 들어왔다는 소리가 신기해서 옆에 서있던 20사단 전차중대 고참병에게 물어보았다.그러자 조종수인 고참병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 네. 미군 전차들, 가끔 들어옵니다” 


[국군 20사단 전차 중대에 주차되어 있었던 미 전차 M60A1 탱크,이 탱크의 긴 105mm 포와 동계에도 시동 잘 걸리는 디젤 엔진은내가 가장 부러워했었던 대상이었다.]


나는 비로소 우리 전차 소대를 그 계곡에 들어가게 상황 부여를 했었던 작전 부서 참모가 사전 답사를 나와서 미군들의 훈련 상황을 알아보고 그대로 따라서 ATT상황을 만든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 무렵 경기도 전곡 이북 연천과 임진강 일대는 한국군과 미군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갑 부대 훈련장이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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