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인간 가족 -8 話]
RCT 첫 날 연대장 박살 낸 진돗개 -1-
RCT[Regiment combat team]는 보병 연대의 연중 최대 야외 훈련이다. 당연히 철저하고 방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의 훈련에 임하는 지휘관들이나 장병들의 각오나 정신자세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중요한 RCT첫 날 아침, RCT 최고 지휘관 연대장을 무참하게 공격해서 박살낸 진돗개가 있었다.
여기서 소개하는 진돗개는 ‘진돗개 하나’등의 작전명이 아니라 막강한 이빨을 가진 진짜 진돗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이 사건이 너무 특이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 기이한 사건에 오해가 없도록 두 어 가지의 선입적 억측은 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진돗개에 물린 연대장은 개한테나 물리고 다니는 그런 어수룩한 사람이 아니다. 육척 장신의 거구에 육군 사관학교 재학시에는 전교에서 날리던 만능 스포츠 선수였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술김에 개하고 쌈질하다가 호되게 당한 모주꾼인가하고 오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대장은 술 마시고 개하고 싸움질이나 하는 그런 개차반 말썽꾼과는 천리나 떨어진 점잖은 양반이다.
어떻게 그런 ‘불행한’ 사고가 그런 중요한 날에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었을까 ? 겉 이야기로 보면 포복 절도할 사건이지만 사건 전후에 가슴에 와 닿은 사연이 있었다. 당사자의 명예를 위해서 끝까지 익명으로 하려고 했으나 여러 번 생각 끝에 그 분의 실명을 밝혀는 것이 글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개에게 봉변을 당했던 피해자의 실명을 밝히겠다.
지금은 계룡대에서 근무한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3년 전에 6사단 7연대에서 연대장으로 근무했었던 고태남 대령이다.
중앙이 고태남 연대장, 그 옆 나이 드신 분이 7연대 창설 1기 서근석 중령.
다른 분들은 7연대 주임 원사들
고연대장이 7연대장으로 있던 몇 년 전 7연대의 RCT가 있었다. 육군 최강연대를 자부하는 7연대는 아침 모두 긴장 속에 출동의 명령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7연대장이 붕대로 만든 팔걸이를 한 중병 환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어디 다치셨어요?”
놀란 부하들이 물어봐도 연대장은 그냥 웃기만 하면서 업무에 착수하였다.
출동한 그 날 오후에야 고연대장이 출동 전 새벽에 집에서 애지중지하면서 기르던 진돗개에게 공격을 받고 상이 용사가 되었다는 사연을 듣고 연대 간부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세상에 하늘 같으신 연대장님을 감히 집에서 기르던 집개 따위가 덤벼들어 물어뜯을 수가 있단 말인가? 간부들은 정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안스런 생각이 들면서도 속으로는 이 해괴한 봉변에 킥킥대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애써 눌러 진작시켜야 했다.
"은혜를 배신으로 갚았구나 "
7연대 본부 장병들 소방 훈련
고태남 연대장은 관사에 마라무트 종 한 마리와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고연대장은 유감스럽게도 두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었다. 고연대장은 두 마리의 개를 아들처럼 끔찍이 귀여워하며 길렀다.그가 대단한 애견가임을 부대 간부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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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울프 독이 쓰잘 데 없는 끼어들기를 한다. 인생이 불혹의 나이로 짙어져 갈 때 무자녀 부부가 겪는 고독의 아픔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나의 여동생 부부 하나가 어떻게 잘못되어 평생 아기를 가지지 못했다. 나는 그 외로움을 옆에서 잘 지켜보았기에 그 두 개에 쏟는 부부의 애정을 잘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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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대장은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때까지 이 애완견을 끌고 산책을 하며 하루의 계획을 구상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고 있었다.
RCT 첫날 새벽, 고연대장은 습관대로 일찍 일어나서 진돗개를 끌고 관사 주변을 산책하였다. 좋아라하는 진돗개와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집에 온 연대장은 문득 오늘 RCT에 출동하면 한 열흘간은 집에 귀가 하지 못하고 야영을 해야하는 사실이 생각났다.
고연대장은 이들 애견들과도 상당히 긴 이별을 할 것이라는 섭섭한 생각에 진돗개를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잘 있어라 !"
작별의 허깅[Hugging]을 한 것인데 이때 상상도 못할 돌발 상황이 발발하였다. 진돗개가 발광을 한 것이었다. 갑자기 괴성과 함께 입을 돌려 고연대장의 팔뚝을 물어버렸다.
진돗개
집의 개가 발광하듯이 주인을 무는 사고는 종종 벌어지는데 사냥개나 투견이 가끔 이런 광증을 발휘한다. 그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나 개의 성깔이 좌우하는데 특히 진돗개는 야성이 강해서 이런 행패를 자주 부린다. 그리고 진돗개가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자기를 안아주는 주인의 팔을 주인과 별개의 생물로 보고 놀라서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발작한 진돗개의 큼직한 어금니가 고연대장 팔뚝을 비수처럼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갑작스런 고통에 고연대장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안 지를 수가 없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