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A특공대 ‘지게부대’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옛날까지만 해도 지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운반 도구였습니다. 주로 농사에 필요한 거름이나 땔감 등을 나르는 데 사용됐는데요. 그런데 여러분, 이 지게가 한국전쟁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됐다는 사실, 아시나요?
오늘은 한국전쟁에서 뜻밖의 활약을 펼친 ‘지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l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보급품 수송’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좋은 무기? 탄탄한 전술? 물론, 이 두 가지도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지만, ‘원활한 보급품 수송’이 바탕이 될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총이 있다고 해도 ‘총알’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거나, 기막힌 전술이 있어도 이를 실행할 병사들이 식량을 보급받지 못해 힘을 쓸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형 특성상, 전장에 보급품을 지원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는 도로가 닦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나귀나 소 같은 가축에게 수레를 끌게 하기에는 우리나라 지형이 너무 울퉁불퉁한 산악지대였습니다.
ㅣ비무장 특수부대 ‘지게부대’
이에 미군은 전장에 보급품을 수송할 특별 부대를 조성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민간인 지원을 요청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모인 이들이 바로 ‘지게부대’. 지게로 보급품을 수송하는 임무를 명받은 부대입니다.
[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지게부대는 10대 후반 소년부터 6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었는데요. 당시 그들은 급하게 징집된 상태였기 때문에 무장하지 못하고 평상복 차림으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흰색 무명바지나 학생복을 입은 채로 철모 하나를 걸친 것이 다였죠. 그리고 전쟁에 필요한 보급품을 가득 싣고 험한 산악지대를 오르내렸습니다.
[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거의 맨몸의 상태로 전장을 누비던 지게부대는적들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등에 짊어진 지게의 무게도 무게였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억누른 것은 적군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보급품을 실은 지게와 죽음의 두려움을 지고, 매일매일을 전쟁터로 향한 지게부대. 하지만 환경이 열악했던 부대에서는 부식이 썩은 채소와 약간의 통조림 정도로 변변치 않은 경우도 많았으며, 임무 수행을 완료한 이후의 보상도 미비했습니다.
[사진 출처: 국가기록원]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최소한 10만 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파병했어야 했을 것이다.
-밴 플리트 장군-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의 말에 따르면, 지게부대는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대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를 했음에도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조차 많지 않죠.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한 지게부대는 그 시대의 ‘아버지’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존재를 영원히 가슴속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 지난날을 뒤덮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