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티어기
한국 전쟁 발발 직후부터 60년대까지 호주기라는 이름이 쌕쌕이라는 명사와 함께 일반사회에 널리 알려졌었다. 이 시대를 기억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글을 포스팅해 본다. 어린 시절 나의 이웃에 우람한 미혼 처녀가 살았다. 별명이 ‘호죽기’였다. 동네 분에게 별명의 내력을 물어보니 초등학교 때 달리기가 전교 제일이라서 그런 별명을 붙였다고 했다. 그 별명대로 그 처녀가 가끔 동네 골목사이를 비호같이 달리는 모습을 보곤했었다. 하여튼 ‘호죽기’ ‘호주기’ ‘호줏기’ 등은 나의 어린 시절에는 사람들의 재빠른 동작을 묘사할 때 가끔 쓰던 단어였다.
그 뒤 언제인가. 학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육이오 때 호주기들이 참전했었다. 사람들은 이 전투기가 이승만 대통령 부인인 프란체스카가 탄생한 나라에서 보냈다고 하지만 프란체스카 여사의 모국은 오스트리아이고 전투기를 보낸 나라는 호주, 즉 오스트레일리아다"라고 정정해주기도 했다. 하기야 프란체스카 여사를 호주에서 왔다고 호주댁이라고 잘못 부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군에 있을 때 항공기에 관심이 많은 여단 참모님 한분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분이 호주기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호주 전투기가 한국 전쟁 때 와서 싸운 것은 사실인데 기종은 영국제 전투기 같다. 그러나 그 확실한 이름은 모르겠다. 그 후 호주기라는 명칭은 미군 전투기인 F-80, F-84에게 옮겨져 붙여졌다. 그러니까 날개가 유선형으로 뒤로 젖혀진 전투기가 아니라 날개가 수직인 초기 제트 전투기들을 호주기라고 불렀다고 본다. 쌕쌕이는 전반적으로 제트기들에게 붙여진 더 넓은 의미의별명이다.”
그 분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알아보니 한국 전쟁 직후까지도 전북 군산 비행장에 미 공군의 F-84 전투기가 주둔한 기록이 있었다.
F-84 썬더제트
호주기로 불리던 이 전투기가 한국인들 사회에 호주기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고 그 인상이 확실히 박힐만큼 널리, 그리고 충분히 선을 보였다는 추리를 가능케 한다. F-84는 한국 공군이 연습기로 쓰던 T-33기의 전신인 F-80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F-80 슈팅스타
이 사실 역시 호주기의 이름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게 함에 한 역할을 했을 듯하다. 그 분 말씀이 내가 지금까지 호주기에 대해서 들었던 유일한 구체적인 정보였다. 호주 공군은 전쟁 초기부터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무스탕 전투기를 동원해서 한국 전쟁을 지원하였다. 후에 전쟁이 북한 상공으로 확전되자 영국에서 미티어 전투기를 급히 도입해 한국 전선으로 보냈다. 이 미티어 전투기는 영국 최초의 전투기라서 날개가 유선형이 아니라 수직이다. 이 미티어 전투기가 한국인들로부터 호주기라는 별명을 받은 전투기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
미티어기 복좌형
호주 공군은 영국 전투기를 일본의 공군기지에서 한국 참전 미공군의 F-86 세이버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가졌었다. 미그 15와 풍부한 전투 경험을 한 미 공군 조종사들은 미티어의 성능을 알고 미그기에 상대가 안되니 공중전에 투입하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호주 공군은 의욕에 불타 미티어기들을 미그기와의 전투에 투입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미티어기의 참패였다.
미티어기
소련 공군은 자기들이 싸운 유엔기들에게 점수를 먹였는데 제일 성능이 좋은 전투기는 F-86 이었고 최악의 성능을 가진 전투기는 미티어기였다. 너무 크고 느리고 둔해서 미그 15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호주 공군의 77 전투 비행단은 한국 전쟁기간 적극 활동을 벌여 무려 19,000회의 출격을 했고 성능이 더 뛰어난 미그기도 3기나 격추했다.
그러나 피해도 커서 무스탕과 미티어 합계 66기를 잃기도 했다. 미티어는 이스라엘이 1956년 아랍권과 붙은 스에즈전쟁에서도 크게 활약을 했다. 그중 야간형 미티어 전투기 한 대가 이집트군 간부들이 대부분 탑승했던 수송기 한 대를 야간 격추하는 대전적을 올리기도 했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