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핵잠수함의 탄생 [ 끝 ] 너무 무섭게 진화하다
육해공 각 군 사이의 경쟁과 견제가 특히 심한 미국의 경우는 제2차 대전이후 장차전의 해결사로 등장한 핵무기의 보유와 사용에 대해서 타 군보다 우월한 지위를 획득하고자 음으로 양으로 경쟁하였다. 1950년대까지 주로 사용된 공군의 다양한 폭격기들이나 해군의 잠수함은 그러한 경쟁으로 인하여 보유하게 된 대표적인 전략 핵 투발수단이었다.
[ 냉전 초기 미국의 전략 폭격기였던 B-47 스트라토제트 ]
하지만 1950년대 말부터 육군과 공군이 개발하여 제식화하는데 성공한 대륙간탄도탄은 전략 핵 투발수단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사건이었다. 지금은 MD처럼 미사일을 미사일로 요격하는 정밀 방어체계까지 등장하였지만 음속으로 비행하는 IRBM이나 ICBM이 처음 등장하였을 당시 이를 물리적으로 막을 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 1960년대 미국의 주력 ICBM이었던 타이탄 ]
때문에 최고위 정책 당국에서 전략 핵무기의 개발 및 운용과 관련한 역량을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집중할 경우 해군이 어렵게 개발하여 막 제식화하기 시작한 핵잠수함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주먹으로 채택한 레굴루스는 발사를 위해서 부상하여야 했고 격납고를 열고 발사하기까지 장시간 수면위에 노출되는 약점을 보여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 레굴루스는 발사 시에 장시간 수면 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약점이 있었다 ]
그런데 계속 언급한 것처럼 잠수함 특히, 핵 추진 잠수함에게는 여타 무기체계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뛰어난 은밀성이 있었다. 결국 해군은 이러한 은밀함을 좀 더 특화하여 잠수함을 전략 핵무기의 플랫폼으로 계속 유지하고자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바로 장거리탄도미사일의 이동식 보관 및 발사대로서의 잠수함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 핵추진 잠수함의 능력을 만방에 고한 노틸러스 ]
장거리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육상의 고정식 사일로나 거대한 규모의 이동식 컨테이너를 보관 장소로 사용하는데 대부분 발사 시를 고려하여 장애물이 없는 형태로 공개된 지역에 지어지거나 이동 보관되기 때문에 보통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적의 감시는 물론 선제공격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점을 가진다. 특히 정찰 위성이 보편화 된 이후부터 더욱 그러하다.
[ ICBM의 발사장치장은 고정식이고 위치가 노출되어 있다 ]
때문에 잠수함의 은밀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이곳에 장거리탄도미사일을 탑재시켜 발사까지 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전 세계 바다 속을 이동식 미사일 기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더구나 잠수함이 물 위로 굳이 부상하지 않고도 수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술이 개발되자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들은 최고의 전략병기에 찬란히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 수중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은 가장 무서운 전략무기가 되었다 ]
미국의 경우 폴라리스(Polaris), 포세이든(Poseidon), 트라이던트(Trident)로 이어지는 잠수함탑재 전략 핵미사일은 이러한 개념 하에 만들어진 전략병기인데 이전세대의 레굴루스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정확한 타격력과 은밀성을 갖추었다.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주먹이 오직 그들만이 가지고 싶어 하던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는 오대양 구석구석에 수많은 열강의 핵잠수함들이 숨어있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될 것이다 ]
전략 핵잠수함은 현재 공식 핵보유 인정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이 운용하는 강대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상에서 운용하는 핵무기는 폐기하고 오로지 잠수함만 운용하고 있다. 싫든 좋든 그렇게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냉엄한 국제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무서운 무기가 현실에서 사용되는 그런 날은 절대 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류의 종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