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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공비 정순덕 흔적을 찾아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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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국방부 블로그에 여자 공비 정순덕의 살인 행각이라는 글을 포스팅했었다정순덕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매산리 출생으로 1950년 이미 공비가 되어 입산한 남편을 찾아 산에 들어가 공비가 되었다. 그녀는 그 후 무려 13년 간이나 지리산 덕유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공비 활동을 했다.

 

 

 

체포 직후의 정순덕

 

 

 

19631112일 야간에 산청군 삼장면 내원리 협조 민가에 생필품 수령차 찾아왔다가 미리 잠복한 산청 경찰서 김영국 경사와 박기덕 순경에게 기습을 받고 체포되었다. 그녀의 정부 이홍희는 현장에서 사살되었다정순덕은 무기형을 선고받고 여러 교도소를 전전하며 23년 가까이 수형 생활을 하다가 19858.15 특사로 석방되었다. 체포 당시 총격으로 다리 하나를 잃은 정순덕은 힘들게 사회 생활을 하다가 2004년 사망하였다그녀의 유골은 현재 파주 보광사에 봉안되어 있다.

 

정순덕은 13년 간 그녀의 일당이었던 이응조, 이홍희와 함께 여러 건의 살인 사건과 강도질 절도질을 하면서 지리산 자락을 공포에 떨게 했다그녀는 체포될 때 M2 칼빈 실탄에 중상을 입고 산청 경찰서 보건소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그때 보건소 앞에 운집한 수백 명의 주민들이 그녀를 내놓으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단적인 사실을 보기만 해도 그녀의 당시 행적이 얼마나 범죄적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일부 추종세력이 활동을 개시하면서 역사의 좌경 인물들이 미화된체온라인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이들의 다른 반동적 행동은 한국 반공 경찰 군대 정치 인사들을 친일, 학살 등의 반역적 범죄자적 인물로 매도하는 것이었다.

 

정순덕도 괴상하게 미화되기 시작했다. 지리산 여장군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찬사에서부터 한국의 잔다르크라는 실소할 헌사까지 나왔다. 출소 후 걸인같이 살았고, 병마에 시달리다가 죽어갔던 비참한 말년 인생 덕에 그녀에 대한 동정이 쏟아졌고 정순덕 경력 미화의 한 요소가 되었다.

 

사실 그녀의 쓸쓸하고 고통스런 말년의 모습은 당시 이데올로기에 시달리던 한국의 한 여성이 피할 수 없었던 불쌍한 팔자로써 동정을 안 할 수가 없다그러나 현재와 같은 철 없는 미화로써 정순덕이 저질렀던 범행이 부정되고망각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더욱 강조해야 하겠다무지는 어처구니 없는 미화의 기본이 된다. 정순덕이 더 자세히 소개되었더라면 그런 미화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경남 산청을 방문했었다. 한국전 최고의 명 파이터였으며 공비 토벌의 혁혁한 전공을 세운 강삼수 경위의 자취를 찾는 것이 기본 목표였지만 산청으로 가다보니 이 곳이 바로 정순덕의 고향이었고 활동 무대였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13년 간이나 공비 활동을 했던 정순덕이 체포된 곳도 바로 이 곳이었다.

 

국방부 블로그에 최초로 소개했었던 한국전 최고의 명파이터 강삼수 경위가 산청 경찰서 사찰 유격대장과 군내 여러 곳의 지서장을 역임했었던 곳도 산청군이었다그는 십 년의 세월을 두고 정순덕을 추적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경찰을 떠나고 말았다경남 산청에 들어오면서 나는 가슴 작은 구석에 아린 자극이 오고 있는 것을 느겼다. 산청군은 보통 사람들 눈에 이름 그대로 산도 맑고 계곡물도 좋은 그런 산자수명한 이미지를 곳곳에 보여 주고있다.

 

그러나 6.25 전쟁 동안 산청의 군민이 겪었던 가슴 아픈 전사를 잘 아는 나에게 산청의 이미지는 검은 핏빛이 곁든 음울한 것이었다. 산청은 한마디로 전방 일선보다 더 전쟁의 참혹한 비극을 맞보아야 했다. 6.25 동란 동안 산청은 공비들의 공격과 이를 토벌하는 군경의 사이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재산이 파괴되었다. 읍 소재지인 산청군의 경찰서는 공비들에게 세 번이나 공격을 당했다.

 

 

 

 

 

산악 지방인 산청군의 한 모습 -  밤티재

 

 

 

산청군 내에 들어서자 역사에 기록된 전투의 현장들이 간단없이 눈에 나타났다. 공비들에게 여러 번 공격당한 단성 지서, 지서원들이 공비들에게 생포되어 모두 학살당한 생비량 지서, 출동하던 20여 명의 경찰들이 매복 공격을 받고 몰살 당했던 범학 사건의 현장 등 피비린내 나는 옛 전투장들이 시야에 걸렸던 것이다산청에서 강삼수 경위의 아들 강종상 씨를 포함해 여러 명을 만났는데 그녀에 대한 기억의 파편을 담고 있는 나이 드신 분들이 몇분 계셨다.

 

그녀가 태어난 집, 고약한 딸을 둔 덕분에 죽을 고생을 했던 그녀의 부모 아버지 정주삼씨와 어머니 정도원 씨 그리고 자매들이 살던 집은 터만 남았다는 사실 등 여러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웃어 버릴 일이지만 정순덕을 체포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자기 형님이 나무를 하다가 잡았다고 자처하는 인물도 있었다유명한 전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있기 마련인 거짓 영웅이 여기에서도 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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