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으로 군대를 간다?
- 태국의 이색 군사제도 -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모두가 가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로, 국방의 의무가 필수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남성의 군 복무가 국민의 의무로 규정된 나라는 꽤 많습니다. 그런데 병역 대상자 선출에 특별한 방법을 활용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 국가는 바로 태국인데, 이 나라는 제비뽑기로 병역 대상자를 선출한다고 합니다! 제비 하나에 희비가 교차하는 태국의 이색 군사제도를 소개합니다.
빨강이냐 검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매년 4월, 태국의 전 지역에서 열흘 동안 실시되는 입영 추첨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립니다. 태국에서는 21세 이상 남성들을 대상으로 공평한 병역의무 수행을 위해 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이후 신체검사에 통과한 인원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입영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제비뽑기 방식은 구슬이나 종이 등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빨간색을 뽑으면 입영 대상, 검은색을 뽑으면 면제가 됩니다. 물론 제비뽑기를 하지 않고 자원입대를 신청할 경우 6달만 복무하면 됩니다.
21세 남성의 수가 군대 필요 인원 수보다 많기 때문에 지난 1954년부터 이런 추첨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추첨에서 군 복무를 할 확률은 5명 중 1명꼴로, 20% 정도입니다. 그런데 6달만 복무하면 되는 자원입대와는 달리, 추첨을 통해 입대를 하게 되면 2년을 복무해야 합니다.
태국 군의 위상을 드높이다
사실 태국 남성들 가운데 군대를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태국 군의 위상이 그만큼 높기 때문인데요. 1933년 태국 군부 쿠데타 이후 탁신 정권 이전까지 사실상 군사정부 체제에 있었으며, 그에 따라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 군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태국에서는 정치인, 부유층 자녀들이 고소득의 직장을 구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 명예와 출세를 위해 군대에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치러진 육군 사관학교 예과 입학시험에서 200명 정원에 1만 8,000명이 지원했습니다. 합격률 1%의 바늘구멍이지만, 군 장교가 되어 국왕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 응시생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었습니다.
또한 태국 젊은이들이 군대에 지원하는 이유는 사병들에게 넉넉한 급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봉급은 3,200바트(약 10만원)에서 9,000바트(약 30만원)까지 인데, 태국 대졸자 초봉이 12,000바트(약 4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좋은 대우입니다. 서민층 청년들 역시 숙식을 제공받고 상당한 월급을 받는 군 생활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에 징집제도에 대해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도 국방의 의무를?
태국에는 성전환자인 트랜스젠더(Transgender)가 유난히 많습니다. 이들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여성이라 생각해 여성의 삶을 삽니다. 태국 정부는 병역 신체 검사에서 이들이 여성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하면 군 복무를 면제해줍니다. 과거 태국에서는 병역법상 트랜스젠더를 ‘심리 이상자’ 또는 ‘성 정체성 혼란자’로 규정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차별적이라는 인권단체의 항의를 받고, 태국 국방부는 입영 대상자를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정했습니다. 1형은 외형상 전형적인 남자, 2형은 가슴 확대수술만 한 남자, 3형은 성기까지 수술한 남자로 구분됩니다. 1, 2형은 입영 대상자에 해당되며, 3형은 면제 혜택을 받습니다.
또한 태국 남성들이 군대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고등학교 때 1주일에 한 번 4-5시간씩 '러더'라는 군 교육을 이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주 교육을 받아야 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태국과 우리나라의 병역 선출 과정은 많이 다릅니다. '추첨 입영제'라는 특수한 정책으로 장병을 모집하는 태국의 이색 군사제도! 자원입대로 6개월을 근무할 것인가, 아니면 제비뽑기로 면제와 2년 복무라는 복불복 상황을 선택할 것인가, 젊은 태국 남성들의 고민이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태국 남성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