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위해! 군법의 수호자 ‘군사법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또는 법의 여신인 ‘디케’는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고, 두 눈은 안대로 가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울은 양측의 다툼을 공평하게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에게 엄한 처벌을 가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 눈을 가린 것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느 쪽도 바라보지 않고 공정함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법이란 것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늘 엄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 있는데요. 군대의 디케인 군사법원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진 제헌절을 하루 앞둔 오늘, 군사법원은 어떤 기관이고 군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군대의 사법기관, 군사법원
군사법원은 말 그대로 군대의 사법기관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0조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군사법원은 군인, 군무원, 사관생도, 사관후보생, ROTC, 그리고 병역으로 군영에 들어가 있거나 동원된 예비군에 대한 재판권을 갖고 있습니다.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을 경우 민간인에 대해서도 재판 관할권을 갖게 됩니다.
군사법원 재판관은 사법시험을 합격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한 군법무관 중 국방부 장관이 임명한 사람이 맡습니다. 참고로 군 검찰의 경우는 군법무관 중에서 관할관(부대 지휘관)이 임명하는데요. 사회로 보자면 군 재판관은 ‘판사’, 군 검찰은 ‘검사’가 되는 것이죠. 이들은 군대에서 경찰 역할을 하는 헌병과 함께 군대 내의 치안과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군사법원 VS 일반법원
▲ 군사법원의 3심제도 (출처 : 고등군사법원)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은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습니다. 먼저 공통점은 둘 다 3심제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3심제도란 재판에 보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한 사건에 대해 세 번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심급 제도를 말합니다. 일반법원에 경우 1심(지방법원) 재판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때 항소와 상고를 통해서 2심(고등법원)과 3심(대법원)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군사법원 역시 3심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1심(보통군사법원)과 2심(고등군사법원)은 군사법원을 통해 이뤄지지만, 3심은 민간과 같이 대법원에서 판결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 고등군사법원 대법정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의 차이점도 있습니다. 먼저 군사법원은 형사사건에 대해서만 재판을 할 뿐 민사 또는 행정사건은 다루지 않습니다. 또 군대의 특수성을 감안해 법무장교가 아닌 일반장교를 재판관에 포함시키는 ‘심판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할관 확인제도’라는 것도 있습니다.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금고, 벌금형 등 실형이 선고된 경우 그 형이 너무 과중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관할관이 감경해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같은 제도들은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자칫 판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국군은 최근 군사법원법을 개정해 심판관 제도와 관할관 확인제도를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군대의 기강, 군법
흔히 ‘군법’이라하면 대부분 군형법을 말합니다. 군형법의 주요한 특징은 평시와 전시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적에 대하여 공격·방어의 전투행동을 개시하기 직전과 개시 후의 상태 또는 적과 직접 대치하여 적의 습격을 경계하는 상태를 말하는 ‘적전(敵前)’ 상황의 경우 처벌 수위는 급격하게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군무이탈의 경우 평시에는 1~10년 징역이지만, 전시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적전 상황의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엄격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 고등군사법원 홈페이지의 ‘무료 법률상담방’ (출처 : 고등군사법원)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군인에게도 법은 늘 어렵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특히 장병들이 군법을 제대로 익히고 이해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요. 그래서 국군은 군인들을 위한 무료법률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법에 대해서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군사법원 홈페이지를 찾아 질의하면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군대 내 폭력과 인권 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현역 장병들의 인권 및 군법교육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듯이, 군법이 바로 서야 군대가 바로 섭니다. 과거 군사법원은 군대 특유의 폐쇄성과 보안에 대한 인식 때문에 제대로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우려와 오해가 완전히 불식될 수 있도록, 국방부와 군사법원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군사법원이 항상 공평성과 공정성을 잃지 않는 사법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합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