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을 박차는 백마의 기상, 육군 제9보병사단 백마부대
‘백마부대’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육군 제9보병사단(이하 9사단)은 대한민국 육군의 최정예 부대입니다. 주둔지는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이며 휴전선 중서부 전선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한강과 임진강 강안(江岸) 경계 임무를 맡아 강을 따라 침투하는 적군에 맞서 수도권을 사수하는 최후의 보루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백마부대는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연속 참전한 실전부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영화 ‘고지전’의 모티프가 된 ‘백마고지 전투’의 활약상으로 유명합니다. ‘백마부대’라는 부대명 역시 이 고지 이름에서 유래한 것 입니다. 오늘은 이 백마부대의 역사와 임무, 그리고 부대마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철의 삼각지대를 수호해낸 ‘백마’의 용기
9사단은 한국 전쟁 초기인 1950년 10월 25일 창설되었습니다. 1951년 9사단 예하 독수리연대는 6.25전쟁의 대표적인 산악전투로 손꼽히는 매봉산·한석산 전투에서 인민군과 치열한 혈전 끝에 고지를 탈환하였습니다. 전투 승리 후 독수리연대 부사관과 병사들에게는 1계급 특진의 영예가 주어졌습니다. 지금도 부대는 매년 전승일을 기념해 전몰장병 추도식을 열고 있습니다.
▲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었던 백마고지는 민둥산이 되어버렸다.(사진 출처 : 국방일보)
이듬해에는 그 유명한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강원도 철원 395고지에서 9사단과 중공군 3개 사단이 격돌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하루 평균 5만 회, 총 27만 회에 달하는 포격이 가해져 고지 높이가 1미터나 낮아지기도 했죠. 9사단은 열흘간의 대접전 끝에 적군 1만3000여명을 무찌르는 전과를 올리며 대승했습니다.
전투가 끝난 뒤 공중에서 고지를 바라보니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져 마치 한 마리의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이를 본 미군들이 이 일대를 ‘백마고지(White Horse Hill)’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철의 삼각지대(철원~금화~평강)를 지켜낸 9사단에 ‘상승백마’라는 칭호를 하사해 이때부터 9사단은 백마부대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전쟁 막바지 휴전을 앞두고 북한군은 협상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중공군과 함께 대공세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백마부대는 철원 금화지구의 모든 진지를 지켜내는 또 한 번의 중요한 활약을 보였습니다.
▲ 육군 제9보병사단 초임장교들이 백마고지 답사 중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선배 전우들을 추모하는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국방일보_9사단 제공)
베트남전에 참전해 공을 세우다
1966년 8월 부산항에서 1진이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백마부대는 베트남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해 싸웠습니다. 백마부대는 주월 한국군 최초의 군단급 작전인 오작교 작전에서 정예 보병 3개 대대를 투입해 42일 만에 중부 월남 작전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대승리를 거뒀습니다. 남베트남 투이호아 부근에서 48일 동안 펼쳐진 ‘홍길동 작전’에서는 월맹군 5사단 예하 95연대와 베트콩 85연대 및 게릴라 2개 중대를 막아내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 백마부대 장병이 베트남 디엔칸 부락 전투 현장에서 아이들을 양팔에 안고 달려 오는 모습.
(사진 출처 : 국방일보)
백마부대는 1973년 고국으로 복귀하기까지 대부대작전 500여 회, 소부대전투 2만여 회를 치르며 용맹을 떨쳤습니다. 이밖에도 약 8만 5000회의 친선활동과 도로·교량 등 공공시설 건설 복구 작업도 실시해 평화 정신을 세계에 드높이기도 했습니다.
해외파병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백마부대는 풍부한 전투 경험을 인정받아 수도 서울의 서북방 지역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1980년 3월 23일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한강하구로 침투하던 무장공비 3명을 전원 섬멸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 백마부대 부대 마크
백마부대의 상징, 돌진하는 백마
백마부대의 마크는 그 이름처럼 아주 씩씩하고 기백있는 이미지로 구성됐습니다. 마크 중앙에서 힘차게 발을 구르고 있는 백마는 부대의 용맹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대 마크에서 3등분으로 나뉜 흰색 테두리는 백의민족을 수호하는 3개 전투부대(도깨비연대, 황금박쥐연대, 독수리연대)의 단결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바탕의 파란색은 평화, 희망, 조국에 대한 우국충정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말의 귀와 갈기가 9개인 것은 바로 9사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백마부대의 마크는 심플하지만 ‘메이커 부대’로서의 당당함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 강안 경계 근무 중인 백마부대 부대원의 모습
(사진 출처 : 육군 공식 블로그 ‘아미누리’)
지금까지 백마부대의 역사와 부대마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지의 지형이 바뀔 정도로 엄청난 전투를 치르면서도 끝까지 승리를 지켜낸 9사단 백마부대. 이들을 보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조국 수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지축을 박차고 오르는 백마처럼, 백마부대는 오늘도 조국 수호를 위해 힘차게 임무를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백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