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동고동락지기입니다.
오늘은 숫자 6과 161에 담겨있는 군수분야 품질관리와 계약관리에 대한 내용을 알려드릴게요!
기업 뺨치는 국방부 선진 경영기법 '린 6시그마'
지난 2013년, 포스코 경영지원그룹 임직원들이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을 참관하고 갔습니다. 안보 교육이라도 받고 간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들이 그날 보고 간 것은 품질관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 노하우였습니다.
기업이 군대에서 품질관리 기법을 벤치마킹하다니 놀라운 일이죠? 더군다나 육군 군수사령부는 그 해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하는 국가생산성대회 종합부문에서 민간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여,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여기에 ‘6’이란 숫자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군이 이렇게 기업을 앞지르는 생산성 향상을 일궈낸 것은 2010년 도입한 ‘린 6시그마’ 사업의 결과거든요. 일본의 기업 도요타가 개발한 ‘린(Lean) 경영’은 업무 절차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 단순화(Lean)하는 기법이고,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이 주창한 ‘6시그마(6sigma)’는 업무과정 개선과 기술개발 등을 통해 제품 1백만 개 당 불량품을 3.4개 수준으로 줄이는 선진 경영기법입니다.
군이 ‘린 6시그마’를 도입한 것은 올해로 4년째. 본격적인 사업시행 첫해인 2011년에는 56개 프로젝트 통해 300억 원, 2012년에는 138개 프로젝트를 통해 264억 원의 재정 감축효과를 거뒀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업 성공사례를 살펴볼까요? 우선 공군 82항공정비창으로 가봅시다. 이곳 정비창에서는 ‘창정비’라는 공정이 이뤄집니다. 항공기가 일정시간 비행을 마치면 완전히 분해해서 기체나 기관 등을 점검하고 교환, 수리해 새 항공기처럼 만드는 작업입니다. C-130 항공기의 경우 2011년까지만 해도 한 대를 창정비하는 데 목표기간으로 232일을 잡았는데, 어떤 때는 이 과정이 지체돼서 300여 일이 걸리기도 했죠. 이 정비 기간 동안 항공기는 발이 묶여 작전에 투입될 수 없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런데 ‘린 6시그마’ 도입을 통해 4,000여 개 공정 과정을 모두 분석하고 문제점을 개선한 결과 정비기간을 201.5일로 줄였답니다. 무려 34%의 생산성 향상! 그 결과를 인정받아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한 생산성 경영체제 인증에서 레벨 5+등급 받기도 했는데, 이는 국내 기업 중 상위 10%이내 수준이랍니다. 이만하면 기업들이 찾아와 벤치마킹을 해갈 만하죠?
이런 성공사례는 한 둘이 아닙니다. 육군 55사단은 2주에 한 번 30개 부대에 각각 수송되던 군 양곡을 가까운 지역끼리 6개 그룹으로 묶어 통합 수송함으로써 매월 200여 명씩 동원되던 수송인력을 60여 명으로 줄이고, 수송차량도 70여대에서 20여대로 줄였답니다. 기름도 그만큼 절약된 것은 당연하고요.
이렇게 군대 자체가 선진 경영체로 변신하고 있는 것과 함께, 군이 길러내는 경영관리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간 군이 배출한 6시그마 전문인력은 820명. 이들이 군에 계속 남아 군에 기여를 할 수도 있고, 사회로 진출해 다른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으니, 이쯤 되면 군대가 ‘선진 경영인 육성기관’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는 셈이죠?
피복류, 수리부속 등 161개 품목에 장기계속계약 시범적용
잠깐 사업가가 되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매해 납품업체를 새로 선정하거나, 기존 업체하고도 해마다 계약을 새로 체결하기 위해 서류를 반복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새 업체를 선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납품이 일시 끊어지는 사태가 생길 수 있고, 해마다 계약행정을 반복하다 보니 인력이 낭비될 수 있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업체와는 1년 단위 단기계약이 아니라 몇 년 간 지속되는 장기계약을 맺어 공급선을 안정화하는 게 유리하죠. 우리 군도 일부 물품에 대해서는 1년짜리 계약을 해마다 갱신하느라 물품 조달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공급업체와 장기계속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 항목이 운동화. 2012년의 경우 입대 장병들에게 지급될 장병용 운동화의 단가가 오르는 바람에 추가물량 계약이 지연돼서 신병들에게 제 때 운동화를 보급하지 못하는 사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군은 2014년 피복류, 수리부속, 정비사업 등 161개 품목 4,038억 원 어치 물품에 대해 업체와 2~5년의 장기계속계약을 시범적으로 맺었습니다.
장기계속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기본사항을 정한 ‘국가계약법’ 제 21조에 근거해 체결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몇 년 간에 걸쳐 진행되는 물품의 제조 등에 대해 연차별 계획을 수립해서 계약할 때 전체 금액을 결정하고, 매년 해당 연도의 예산범위 안에서 발주를 허용하는 계약방법이죠.
이로써 해마다 군으로서는 반복되는 행정절차를 줄이고, 물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가능해진답니다. 업체로서도 몇 년 간 납품이 보장되는 만큼 효율적인 생산계획을 세우고 해당 물품을 좀 더 집중도 높게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하지만 한 가지 짚어야 할 것! 장기계속계약체제 때문에 일부 업체가 군 계약을 독점해서는 안 되죠. 좋은 물품을 저렴하게 공급받기 위해서는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은 필수적이니까요.
그래서 군은 경쟁업체 진입이 제한되지 않도록 품목을 신중히 선정하고 계약기간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군은 2015년까지 장기계속계약 적용 품목을 점차적으로 늘여나갈 방침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