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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엔진을 통해 본 냉전시대 [ 끝 ] 그 시절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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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엔진을 통해 본 냉전시대 [ 끝 ] 그 시절의 자화상



미국은 소련의 R-7이 핵탄두를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도 있는 강력한 로켓임을 깨달았지만 무기로써 R-7은 ICBM이 되기에 미흡한 물건이라는 점까지는 알지 못하였다. 하지만 설령 알았어도 문제는 미국이 아직 그에 상응하는 로켓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마치 소련이 핵폭탄을 개발하기 전까지 소련이 미국에게 느꼈던 두려움과 같았다.



[ 초창기 미소의 발사체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실측 모형

R-7과 비교된 미국의 발사체인 주피터-C의 모습이 애처롭다 ] 


여담으로 본격적인 ICBM으로써 실전 배치가 이뤄진 소련의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은 NATO 코드로 SS-7 새들러(Saddler)로 명명된 R-16이다. R-16은 무기로써의 단점을 보였던 R-7의 성능을 개선하여 연료 주입 시간을 단축하였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간단한 발사대를 이용하여 5MT의 핵탄두를 11,000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데 1960년대 중반부터 배치가 이뤄졌다.


[ 본격적인 ICBM으로 제식화 된 R-16(SS-7) ]


최초의 ICBM으로 등극한 R-7은 NATO 코드로 SS-6 새프우드(Sapwood)로 불리게 되었으나 전략 무기로써의 실전 배치는 이뤄지지 못하였고 스푸트니크 시리즈를 비롯한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체로써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오늘날 가장 안정적인 우주선으로 평가받는 소유즈(Soyuz) 우주선의 발사체인 11A511 로켓이나 무인우주선용 프로톤(Proton) 로켓도 R-7에서 발전한 형태다.


[ R-7은 지난 50여 년 간 개량을 거듭하여 현재도 사용 중이다 ]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해 코롤레프가 여러 개의 엔진을 하나로 모아 추력을 높인 로켓의 형태는 현재도 러시아에서 사용하고 있을 만큼 과학적으로 훌륭한 선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추력을 늘이기 위해 엔진을 묶는데 결국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즉, 늘어난 엔진만큼 무한정 로켓의 크기를 크게 만들 수는 없었다.


[ 다수의 엔진을 장착한 프로톤 로켓 ]


이에 비해 초기의 굴욕을 감내하며 절치부심하던 미국은 대 추력의 엔진을 개발하여 로켓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일관 된 연구를 진행하였다. 머큐리(Mercury) 계획과 제미니(Gemini) 계획 때 이용한 아틀라스 로켓과 타이탄(Titan-II) 로켓은 비록 소련의 R-7 시리즈와 비교하면 로켓 전체로써의 추력이 뒤졌을 뿐이지 하나의 엔진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성능이 좋았다.


[ 초창기 미국 유인우주선 발사체로 사용된 아틀라스 로켓 ]


결국 돌쇠 고집으로 연구를 매진하던 미국은 여러 개의 엔진을 다발로 묶은 소련의 방법과 달리 엄청난 추력을 내고 또한 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대 추력의 엔진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는데, 그것은 지금도 최대의 로켓 엔진으로 평가받는 F-1 엔진이다. F-1 엔진의 개발주역은 코롤레프처럼 인공위성 발사체로 일평생 로켓을 연구하던 스페이스 레이스 시대의 라이벌 폰 브라운이었다.


[ 성능 시험 중인 강력한 F-1 엔진의 모습 ]


F-1 엔진을 장착한 새턴(Saturn) V 로켓은 현재 시점까지 지구상에 등장하였던 가장 강력한 로켓이었고 당연히 가장 무거운 화물을 지구궤도에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결국 인간을 달로 보내기 위한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하여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반전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공간의 제한을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F-1 엔진을 만들어낸 미국 기술력의 뚝심 때문이었다.


[ 두 나라의 기술 개발 방향을 알 수 있는 R-7(左)과 새턴5호의 모습 ]


토인비(Arnold J. Toynbee)가 주장처럼 인류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었다. 지금이야 우주 개발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장거리 로켓과 우주 개발의 무한 경쟁에서 상대보다 더 강력한 로켓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을 놓고 서로 도전과 응전을 주고받았던 미국과 소련의 지나간 역사를 보면 마치 냉전시대의 치열하였던 대립을 함축적으로 보는 것 같아 흥미롭다.



본 글은 "국방부 동고동락 블로그"작가의 글로써, 국방부의 공식입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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